경기가 끝나고 나서 속이 쓰릴 때, 저도 SNS 댓글창을 열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보이는 것들이 때로는 경기보다 더 불편할 때가 있었습니다.
설영우 선수 측이 남아프리카공화국전 패배 1시간 만에 악성 댓글에 대한 법적 대응을 공식 예고했습니다.
선수 보호와 팬 문화 사이에서 어디까지가 비판이고 어디서부터가 범죄인지, 이 사건은 그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선수들은 경기하기전 내내 열심히 준비하는데 얼마나 마음이 안좋을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거 같아요.

경기 패배 직후 쏟아진 악성 댓글, 무엇이 문제인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한국 대표팀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패했습니다.
경기 직후 설영우 선수의 공식 SNS 계정에는 경기력 비판을 넘어 욕설과 인신공격성 게시물이 빠르게 올라왔고, 설영우 측은 패배 약 1시간 만에 법적 대응 방침을 공지했습니다.
저도 경기를 보면서 답답한 장면에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댓글창에 올라오는 내용들을 보면, 경기력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벗어나 선수 가족까지 거론하거나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글들이 섞여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건 비판이 아니라 명예훼손(名譽毁損)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명예훼손이란 사실 또는 허위 사실을 공개적으로 적시해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말하며, 형법상 처벌 대상입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이런 행위가 얼마나 빈번하게 발생하는지는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스포츠 선수를 포함한 공인에 대한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 신고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출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가 직접 여러 스포츠 커뮤니티를 살펴봤을 때도, 경기 결과가 나쁠수록 선수 개인을 향한 인신공격성 게시물의 빈도가 확연히 높아지는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설영우 측이 공지에서 언급한 인신공격(人身攻擊)이라는 표현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신공격이란 상대방의 주장이나 행동이 아닌 그 사람 자체를 표적으로 삼아 비하하거나 모욕하는 행위입니다.
경기력이 아쉬웠다는 말과, 선수가 사람으로서 가치 없다는 말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둘을 혼동하는 댓글을 볼 때마다 솔직히 불쾌함을 넘어 당혹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법적 대응의 핵심 근거가 되는 조항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형법 제307조 명예훼손죄: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 형법 제311조 모욕죄: 공연히 사람을 모욕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 벌금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댓글 하나가 가볍게 느껴질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타이밍과 방식, 설영우 측 대응이 남긴 아쉬움
설영우 선수 측의 법적 대응 자체는 정당한 권리 행사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공지의 타이밍에 대해서는 솔직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패배 직후 팬들이 아직 감정을 추스르기도 전에 법적 대응 공지가 먼저 나왔다는 점에서, 마치 경기력에 대한 비판 자체를 차단하려는 것처럼 읽힐 여지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팬들이 온라인에서 "오버래핑보다 고소 공지가 더 빠르다"고 반응했습니다.
오버래핑(overlapping)이란 수비수가 공격에 가담하기 위해 측면 공간을 돌파하며 전진하는 전술적 움직임을 말합니다.
이번 경기에서 측면 수비수인 설영우 선수의 오버래핑 빈도와 적극성이 아쉬웠다는 팬들의 비판이 이미 많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반응이 단순한 조롱을 넘어 팬들이 느낀 실망감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봤습니다.
또한 지금은 대회가 완전히 끝난 상황이 아닙니다.
한국은 조 3위로 내려앉았지만, 이번 대회는 각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8개 팀도 32강에 진출하는 와일드카드(wild card)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와일드카드란 조별리그에서 자동 진출 순위에 들지 못했어도 전체 성적을 비교해 추가로 본선에 올라갈 수 있는 자격을 말합니다.
즉, 아직 경기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법적 대응 이슈가 대표팀 전체의 뉴스를 덮어버린 셈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시점에 터지는 외부 논란은 팀 분위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공인성(公人性)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공인성이란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에게 일정 수준의 비판과 검증을 감내할 의무가 따른다는 개념입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월드컵 무대에서 뛰는 선수는 경기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악성 댓글을 막는 것과 건전한 비판을 수용하는 것은 병행될 수 있어야 합니다.
방통위 통신분쟁조정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서도 공인에 대한 비판적 의견 표현은 원칙적으로 허용 범위 안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출처: 방송통신위원회).
제 생각에는, 악성 댓글에 대한 법적 대응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그 시점과 방식이 중요합니다.
경기 직후 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 포괄적인 법적 대응 공지를 내는 것보다, 모니터링을 먼저 진행하고 명확한 위법 사례를 선별해 대응하는 방식이 더 설득력 있었을 것입니다.
이번 일은 결국 팬들에게도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줍니다. 경기가 답답하고 실망스러울수록, 그 감정이 댓글창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는지를 한 번쯤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설영우 선수에게 가장 강력한 답은 법적 공지가 아니라 다음 경기에서 보여줄 플레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선수를 향한 응원도, 비판도, 결국은 축구라는 같은 공간을 함께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