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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스님 복귀 (무소유, 풀소유,자숙기간,신뢰회복,종교인과 이중성)

by 제비엄마 2026. 5. 14.

솔직히 저는 혜민스님을 불교 신자여서 알게 된 게 아닙니다. 방송에 자꾸 나오시니까 자연스럽게 보게 된 거죠. 그러다 논란이 터졌을 때, 처음엔 "방송 좀 하면 어때" 싶었는데, 이야기를 파고들수록 그 단순한 생각이 흔들렸습니다.
8년 만의 신간으로 돌아온 혜민스님,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무소유를 외쳤던 스님, 삼청동 고급 주택에서 발견되다

혜민스님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무소유(無所有)입니다. 무소유란 불교 수행 원칙 중 하나로, 물질적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비움을 통해 마음의 자유를 얻는다는 가르침입니다. 스님은 강연과 저서를 통해 이 개념을 현대인의 언어로 풀어내며 수백만 독자를 사로잡았습니다.

그런데 2020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공개된 일상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서울 삼청동의 남산타워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급 주택, 고가의 전자제품들...거기에 더해 정식 승려가 된 이후 미국 뉴욕의 수영장과 헬스장을 갖춘 주상복합 아파트를 약 61만 달러, 당시 한화로 약 6억 7,000만 원에 구매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었습니다.

여기서 조망권(眺望權)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조망권이란 주거지에서 탁 트인 경관을 볼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며,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가격 형성의 핵심 요소로 꼽힙니다.
그 조망권이 훌륭한 집에서 무소유를 말하는 모습, 저로서는 그 괴리감이 너무 크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대중은 그에게 '풀소유(Full 소유)'라는 조롱 섞인 별명을 붙였습니다.
누군가는 확인되지 않은 페라리 소유설까지 언급했고, 진위와 관계없이 이미 이미지는 돌이키기 어려운 방향으로 기울었습니다.

자숙 3년, 그 기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논란이 확산되자 혜민스님은 2020년 11월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모든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이후 전남 해남 미황사에서 기도 수행을 하거나 구호 단체를 통한 봉사 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숙(自肅)이란 스스로 행동을 삼가고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것을 뜻합니다.
이 자숙 기간을 진정성 있는 수행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여론이 잦아들기를 기다린 시간으로 볼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합니다. 저는 판단을 쉽게 내리기 어려웠습니다.

스님이 자숙 중 남긴 말이 있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수행자의 본질인 마음공부를 다시 깊이 하겠다"는 것이었죠.
말 자체는 진중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충분히 뒷받침된 상황에서의 자숙과,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의 자숙이 과연 같은 무게일까요?

불교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현각스님은 자신의 SNS를 통해 혜민스님을 강하게 비판하며 수행자의 자세를 지적했습니다.
같은 종단 내부에서 나온 목소리인 만큼, 단순한 외부의 비난과는 결이 다르게 받아들여졌습니다.

혜민스님의 자숙 기간 중 행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남 해남 미황사에서 기도 수행 진행
  • 구호 단체를 통한 봉사 활동 병행
  • 고담선원 주지로 취임하여 봉사와 수행에 집중
  • 신간 '생각이 쉬는 사이' 출간 및 인세 전액 기부 발표

신간 출간과 기부 선언, 신뢰회복의 조건이 될 수 있을까

8년 만의 신간 제목은 '생각이 쉬는 사이'입니다.
마음의 평온을 찾는 통찰을 담은 책이라고 소개되었고, 인세 수익 전액을 노숙자와 저소득층을 위한
음식 나눔 사업에 기부할 예정이라는 발표도 함께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저는 솔직히 복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 제목을 보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나온 반응이 바로 "쉬는 법은 본인이 제일 잘 알 것 같다"였으니까요.
뼈 있는 말이지만 틀린 말도 아닌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스님이 과거 방송에서 남긴 말도 생각났습니다.
"아침 먹고 점심 먹고 저녁 먹고 하는 평범한 일상이 소중하게 느껴지고, 주변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도 감사하게 느껴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말은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말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경제적 걱정 없이 여유로운 공간에서 지내는 사람만이 저런 감각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게 아닐까 하고요.

신뢰회복(信賴回復)이란 단순히 시간이 지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신뢰회복이란 깨진 신뢰 관계를 행동과 일관성으로 다시 쌓아 올리는 과정을 말합니다.
기부 선언 하나만으로 3년에 걸친 논란을 덮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많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국리서치가 2023년에 진행한 종교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절반 이상이 종교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하락했다고 응답했습니다(출처: 한국리서치).

종교인과 공인, 이중성 논란을 어떻게 볼 것인가

혜민스님 사례를 보면서 저는 계속 이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종교인도 방송에 나오고, 사회적 발언을 하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어느 순간 공인(公人)의 영역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그 순간부터 대중은 그가 설파하는 가치와 실제 삶이 일치하는지를 지켜보기 시작합니다.

요즘은 목사님이 이혼 숙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방송 좀 하면 어때"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메시지와 삶의 괴리였습니다.
스님이 무소유를 가르쳤다면, 대중은 그 가르침을 삶으로 보여주길 기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심리입니다.

포교(布敎)란 불교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파하는 활동을 의미합니다.
혜민스님은 자숙 이후 "포교와 전법, 보시와 봉사에 더 힘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법(傳法)이란 부처님의 법을 후대에 전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그 다짐이 진심이라면, 결국 말이 아닌 삶의 방식으로 증명될 수밖에 없습니다.

공인의 이중성 문제는 비단 혜민스님 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공직자나 공인에 대한 도덕성 기대 수준은 일반인보다 현저히 높으며, 이는 자발적으로 공적 영역에 진입한 순간 수반되는 사회적 책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 국민권익위원회).
그 기준이 과도하다고 느끼는 분도 있겠지만, 무소유를 메시지로 삼아 수백만 독자의 신뢰를 얻었다면
그 기준은 불가피하게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혜민스님이 잃어버린 것은 독자가 아니라, 그 독자들이 기꺼이 책을 펼쳤던 이유 자체일 수도 있습니다.
신간 출간이 새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논란의 시작이 될지는 앞으로의 행보가 결정할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두 번째 기회를 냉소만으로 닫아버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기회를 살리는 것은 스님 본인의 몫입니다. 독
자 여러분은 이번 복귀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