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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강원 강릉시 용강동에 1시간 만에 70.1mm의 비가 쏟아졌습니다.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손이 멈췄습니다. 보통 집중호우 기준이 시간당 30mm인데, 그 두 배를 훌쩍 넘는 양이 단 한 시간 만에 내린 겁니다.
강릉평지 지역에는 호우 경보가 발효됐고, 동해·삼척·속초·양양 등 강원 동해안 일대에도 호우 주의보가 이어졌습니다.

집중호우, 숫자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간당 70mm라는 수치가 와 닿지 않는 분들도 계실 텐데,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시간당 30mm만 넘어도 우산이 아무 소용이 없고, 도로 배수가 버티질 못합니다.
70mm면 말 그대로 하늘에서 물이 쏟아지는 수준입니다.
기상청은 강수 강도를 단계별로 분류합니다.
시간당 15mm 이상이면 강한 비, 30mm 이상이면 집중호우(强雨)로 봅니다. 여기서 집중호우란 좁은 지역에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강우를 말하며, 배수 용량을 초과하는 속도로 물이 쌓여 지표면 침수가 급격히 진행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번처럼 70mm를 넘는 경우는 극한강수(Extreme Rainfall)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극한강수란 통계적으로 발생 확률이 매우 낮은 초과 강우량이 실제로 발생한 상태를 말합니다. 기후변화 이후 이런 사례가 점점 잦아지고 있다는 점이 진짜 문제입니다.
오늘 강릉 일대의 강수량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강릉시 용강동: 직전 1시간 70.1mm, 일 누적 66mm
- 강릉시 사천면 방동리: 직전 1시간 45mm, 일 누적 44mm
- 강릉시 운정동: 직전 1시간 38mm
- 강릉시 연곡면 송림리: 직전 1시간 34mm, 일 누적 47mm
- 양양군 현북면 하광정리: 일 누적 50mm
이 숫자들을 보면 강릉 시내 전역이 동시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특정 지점 한 곳의 문제가 아닌 거죠.
침수 위험, 경보는 울리는데 사람들은 움직이는가
제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사실 비 자체보다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호우주의보', '호우경보' 같은 재난 문자가 반복되다 보면 경보에 무감각해지는 경향이 생깁니다. 이를 경보 피로(Warning Fatigue)라고 하는데, 경보 피로란 반복적인 경고 메시지에 노출되면서 위험 신호를 점점 가볍게 받아들이게 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합니다.
재난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는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저도 솔직히 예전에는 호우주의보 문자가 와도 '또 오나보다' 하고 지나쳤습니다.
그러다 차가 지하차도 입구에서 물에 잠기는 영상을 몇 번 보고 나서야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지나던 길이 수십 분 만에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체감하고 나서부터는,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만 들어도 경로를 미리 바꿉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단순히 '조심하면 된다'는 접근이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재난 문자가 단순히 '비가 많이 옵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도로가 침수 위험 구간인지, 어느 하천 접근을 막아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실제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국민재난안전포털이 이런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시민이 그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출처: 국민재난안전포털).
도시 방재, '조심하라'는 말 너머의 책임
집중호우가 반복될수록 결국 돌아오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도시 자체가 이 비를 버틸 수 있는가. 저는 개인 안전수칙 못지않게 기반 인프라 문제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도시 방재 설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기준 중 하나가 설계빈도(Design Return Period)입니다.
설계빈도란 특정 강도의 강우가 평균적으로 몇 년에 한 번 발생한다고 가정하고 배수 시설을 설계하는 기준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30년 빈도 설계'라면 30년에 한 번 올 법한 강우량에 맞춰 하수관로와 빗물 펌프장을 설계한 겁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과거 기준의 극한강수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면, 기존 설계빈도로 만들어진 시설은 이미 한계에 와 있는 셈입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한반도의 시간당 강수 강도는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으며, 특히 동해안 지역의 국지성 집중호우 빈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출처: 기상청). 강릉이 반복적으로 집중호우 피해를 받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시민에게 행동요령만 반복 안내하는 방식이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침수 이력이 있는 지하차도와 저지대 도로에 실시간 수위 감지 센서와 자동 차단 시스템을 갖추고, 반복 침수 구간은 설계빈도 자체를 상향 조정해 재정비하는 것이 행정기관이 해야 할 더 본질적인 역할입니다. 사전에 하수관로 준설(하수관 내부 퇴적물 제거 작업)을 얼마나 철저히 했는지, 빗물 저류조(일시적으로 빗물을 모아 두는 지하 저장 시설) 용량이 충분한지를 먼저 따져야 합니다.
결국 이번 강릉 집중호우는 단순한 기상 이벤트가 아닙니다.
기후가 달라지는 속도에 비해 도시 기반시설과 재난 대응 체계가 얼마나 따라가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묻는 사건입니다.
휴가 가신분들도 계실듯 한데,지금 강릉 일대에 계신 분들은 절대 무리해서 이동하지 마시고, 침수된 도로나 불어난 하천 주변에는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저도 이런 날씨에는 '잠깐이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가장 경계합니다.
한 번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그 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는 걸, 경험 없이는 실감하기 어렵습니다.
다치거나 위험함 없이 모두 안전하시기를 바랍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56/0012233933?cds=news_media_pc&type=breakingnews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