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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간 남부지역 강수량이 평년의 고작 4분의 1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부산·울산·경남은 평년 대비 6.1%, 제주는 3.1%에 불과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보고 저도 처음엔 숫자를 잘못 읽은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광복절 연휴에 태풍 '돌핀'의 영향으로 전국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나왔습니다.
기쁜 소식이긴 한데, 이 비 한 번으로 상황이 얼마나 달라질지 솔직히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극한가뭄, 숫자로 보면 얼마나 심각했나
기상청 발표 기준으로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1일까지 한 달간 남부지방 강수량은 58.5㎜였습니다.
평년 같은 기간 강수량인 241.9㎜와 비교하면 약 76%가 부족했던 셈입니다.
1973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적은 강수량이라고 하니 단순한 '건조한 여름' 수준을 넘어선 것은 분명합니다(출처: 기상청).
여기서 '극한가뭄'이란 단순히 비가 적게 온 상태를 넘어, 토양 수분과 하천 유량, 저수지 저수율 등 복합적인 수문(水文) 지표가 동시에 임계값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강수량 하나만이 아니라 물 순환 전체가 무너진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경남 지역 저수지 평균 저수율이 32.3%로, 평년 70.8%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수치가 그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정부가 '남부지역 가뭄 대응단'을 별도로 꾸린 것도 그냥 나온 조치가 아닌 셈입니다.
제가 직접 체감한 것도 비슷합니다. 올여름은 잠깐 외출만 해도 숨이 턱 막힐 정도였고, 에어컨 없이는 하루도 버티기 어려운 날이 이어졌습니다. 비가 귀하다는 느낌이 이렇게 실감 나게 든 여름은 처음이었습니다.
이번 강수의 원인은 온대저기압으로 약화한 태풍 '돌핀'입니다.
여기서 온대저기압이란 열대성 저기압(태풍)이 중위도 지역으로 북상하면서 그 에너지 구조가 바뀌어 온대 전선을 동반한 일반 저기압으로 변질된 상태를 말합니다. 태풍의 위력은 줄었지만, 남쪽에서 고온다습한 공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은 여전히 해서 이번처럼 남부지방에 집중적인 강수를 유발하게 됩니다.
이번 비로 가뭄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예상 강수량을 지역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부산·울산·경남: 50~100㎜ (경남 남해안·지리산 부근 150㎜ 이상)
- 전남·광주·전북: 30~80㎜ (전남 남해안·지리산 부근 120㎜ 이상)
- 제주: 30~80㎜ (제주 산지 150㎜ 이상)
- 충청권·울릉도·독도: 20~60㎜
- 수도권·강원 내륙·산지: 5~30㎜
숫자만 보면 상당한 양처럼 느껴지지만, 평년 대비 240㎜ 가까이 부족했던 누적 결손을 며칠 비로 채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점은 냉정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집중호우가 가뭄을 해소할 수 있을까, 수자원 관리의 진짜 문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비가 많이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대부분 '이제 가뭄이 해결되겠다'고 안도하는 분위기가 됩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는데, 예보 내용을 들여다보다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에는 시간당 30~50㎜의 집중호우가 예상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집중호우'란 단시간에 좁은 지역에 쏟아지는 강한 비를 말하는데, 기상청 기준으로는 시간당 30㎜ 이상이거나 하루 80㎜ 이상의 비가 내리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이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면 토양이 수분을 흡수하기 전에 지표면을 따라 빠르게 흘러가 버립니다.
결국 저수지 저수율을 높이거나 지하수를 충전하는 데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오히려 침수와 산사태 위험만 높아지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폭우가 쏟아진 다음 날 저수지 수위 뉴스를 찾아보면 생각보다 회복이 미미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가랑비가 이틀 사흘 이어진 후에 저수율이 눈에 띄게 올랐다는 소식을 더 자주 접한 것 같습니다.
물이 스며들 시간이 있어야 실질적인 저수로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이번 비 한 번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기후는 폭염과 집중호우가 교대로 나타나는 패턴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기상청도 이번 비가 지나간 뒤 다시 북태평양고기압이 세력을 회복해 폭염이 재개될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출처: 기상청). 북태평양고기압이란 북태평양 중심부에 위치한 고기압으로, 우리나라 여름철 폭염과 열대야의 주된 원인이 되는 기압계입니다.
이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하면 비구름이 한반도로 접근하지 못하고 장기간 맑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집니다.
결국 가뭄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기후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이번 비가 얼마나 오느냐'가 아니라 평소의 수자원 관리 체계입니다.
가뭄이 심해진 뒤 대응단을 꾸리는 방식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에 가깝습니다.
저수지 관리 고도화, 농업용수 재이용 시스템 확충, 빗물 저장 인프라 확대 같은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비로 기온도 잠시 내려갑니다.
16일부터 낮 최고기온이 24~30도까지 떨어지는 지역이 생긴다고 하니, 폭염에 지쳐있던 분들에게는 잠깐의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비가 그치면 다시 33도 안팎의 체감온도가 돌아온다는 예보도 있어, 이번 연휴의 시원함을 너무 오래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광복절 연휴 비는 분명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비가 가뭄 문제의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비가 피해 없이 충분히 스며들어 저수지와 농경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라는 동시에, 이번을 계기로 폭염과 가뭄이 반복되는 현실에서 우리가 평소에 어떤 물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818580?ntype=RANK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