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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처음에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하면 사람의 발로 직접 곳곳을 뒤질 수 있을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네팔군이 도보수색 자체를 막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야 제가 얼마나 막연하게 이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네팔 라수와 지역 홍수로 한국인 9명이 실종된 지 열흘 가까이 흘렀지만, 수색 현장의 현실은 밖에서 상상하는 것과 전혀 달랐습니다.
도보수색을 막은 이유, 저도 처음엔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저도 "왜 직접 들어가서 찾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현장 상황을 조금 더 들여다보니 그게 얼마나 단순한 시각이었는지 알게 됐습니다.
네팔군은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가 람체 지역 도보수색을 제안하자 "위험하다"는 이유로 이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KDRT란 해외에서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파견하는 전문 구조 인력으로, 쉽게 말해 우리 정부의 해외 긴급 구조팀입니다.
문제는 지형이었습니다. 한국인 실종자 1명이 근무한 위어댐(weir dam)에서 파워하우스(powerhouse)까지의 구간이 거의 90도에 가까운 가파른 산악지형이라고 합니다. 위어댐이란 강 상류에서 수위를 조절하고 물을 끌어들이는 보 형태의 구조물이고, 파워하우스는 터빈이 설치된 발전 시설을 말합니다. 홍수로 지반이 이미 불안정해진 상태에서 이 구간에 사람이 들어간다면 구조대원 자신이 또 다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제 경험상 재난 현장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항상 실제보다 평탄해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카메라 앵글의 한계인지, 아니면 제가 현장감을 잘 못 잡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번 보도를 보면서도 '90도'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까 싶었는데 현지에서 직접 확인한 관계자들의 전언이라 그냥 넘길 수 없었습니다.
- 위어댐: 강 상류에서 수위를 조절하는 보 형태 구조물, 실종자 1명이 근무한 시설
- 파워하우스: 터빈이 설치된 수력발전 핵심 시설, 위어댐과 연결된 험준한 구간에 위치
- 람체: 한국인들이 머문 캠프에서 약 2km 떨어진 라수와 지역, 도보수색 제안 지점
- 옐로브릿지: 수색 집중 구역 중 하나로 드론 항공 수색 대상에 포함
지형이 위험할수록 드론과 헬기 수색의 한계가 더 분명해집니다
도보수색이 막힌 상황에서 KDRT는 드론 4대와 네팔군 헬기를 동원해 위어댐, 파워하우스, 옐로브릿지 일대를 항공 수색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인 실종자 9명과 관련한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전날에는 날씨 탓에 헬기 한 대가 회항하고 나머지는 아예 이륙하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이 저한테는 가장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항공 수색은 넓은 범위를 빠르게 훑을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히 있지만, 터널 안이나 협곡 깊숙한 곳, 잔해 아래처럼 시야가 막힌 공간은 아무리 고성능 드론을 써도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열화상 카메라(thermal imaging camera)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열화상 카메라란 사람의 체온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감지해 잔해나 식생에 가려진 생존자를 찾아낼 수 있는 장비입니다. 드론에 탑재해 사용할 경우 육안 수색이 불가능한 환경에서도 생명반응을 포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미 국내외 재난 현장에서 열화상 드론이 실제 생존자 발견에 쓰인 사례가 있었던 만큼, 이번 수색에서도 활용 여부가 궁금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나마 희망적인 소식은 인근 바그마티주 트리슐리3A 수력발전소에서 네팔인 직원 2명이 홍수 발생 9일 만에 터널 안에서 구조됐다는 점입니다. 이 발전소는 한국인들이 근무하던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에서 트리슐리강 하류로 약 6km 떨어진 곳입니다. 터널이나 밀폐된 공간에서 일정 시간 생존이 가능하다는 사례가 실제로 확인된 셈이라, 수색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재난 대비 체계, 이번 사고를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실종된 한국인 9명은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과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으로, 모두 히말라야 산악지역에서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던 중이었습니다. 지난달 26일 히말라야 상류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면서 이들과 연락이 끊겼고, 네팔과 중국 전역에서 1,300명 이상이 사망하고 5,600여 명이 실종된 대참사의 일부였습니다(출처: 외교부).
제가 이 사고를 보면서 계속 머릿속을 맴돈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경보가 얼마나 빨리 전달됐을까?" 입니다. 히말라야 상류 홍수는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여기서 GLOFs(빙하호 붕괴 홍수, Glacial Lake Outburst Floods)라는 개념이 중요한데, 이는 빙하 녹은 물이 호수를 이루다가 한꺼번에 터져 내려오는 현상으로 경보에서 도달까지 시간이 극히 짧습니다. 쉽게 말해 상류에서 경보가 울렸을 때 이미 수십 분 안에 하류 현장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출처: UN-SPIDER).
이런 위험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직원들이라면 숙소 위치와 대피로, 비상연락망, 고지대 대피시설 기준이 더 엄격하게 관리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이 정도 비에는 괜찮았다"는 과거 경험치는 기상이변이 잦아진 지금 기준으로는 전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재난 대응 매뉴얼이란 과거의 평균이 아니라 미래의 최악을 기준으로 만들어져야 의미가 있습니다.
단순히 천재지변으로 덮어두기보다는 사고 이후에 반드시 짚어야 할 지점들이 있습니다. 숙소가 왜 저지대에 위치했는지, 대피 지시는 적절한 시점에 내려졌는지, 비상통신 수단은 확보돼 있었는지. 이런 질문들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를 확인하지 않으면 비슷한 상황에서 또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네팔군이 도보수색을 막은 이유가 정말 위험 때문인가요,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닌가요?
A. 현장에서 확인된 내용에 따르면 위어댐에서 파워하우스까지의 구간이 거의 90도에 가까운 가파른 산악지형이라는 점이 주된 이유로 전해졌습니다. 홍수 이후 지반이 불안정해진 상태에서 도보 진입은 구조대원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네팔군 작전 구역 내에서 발생하는 추가 인명 피해를 막으려는 판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안전장비와 산악구조 전문가를 투입한 제한적 접근은 검토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Q. 드론 수색으로 터널이나 잔해 아래에 있는 실종자를 찾을 수 있나요?
A. 일반 광학 카메라를 탑재한 드론만으로는 밀폐된 공간 탐지에 한계가 있습니다. 다만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은 체온에서 방출되는 적외선을 감지해 잔해나 식생에 가려진 생존자를 찾는 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인근 발전소에서 9일 만에 터널 생존자가 실제로 구조된 사례가 있는 만큼, 가능한 모든 탐지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KDRT가 네팔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인가요?
A. KDRT, 즉 한국 해외긴급구호대는 해외 대형 재난 시 정부가 파견하는 전문 구조 인력입니다. 그러나 현지 군의 작전 구역 안에서는 네팔군의 허가와 협조 없이 독자적으로 수색에 나서기 어렵습니다. 이번 경우처럼 네팔군이 도보수색을 불허하면 KDRT는 드론과 헬기 지원을 협의해 항공 수색 방식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Q. 히말라야 지역 홍수가 이렇게 갑작스러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히말라야 상류에서는 GLOFs, 즉 빙하호 붕괴 홍수가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빙하가 녹으면서 형성된 호수가 한꺼번에 터지면 막대한 양의 물과 토사가 급속히 하류로 쏟아집니다. 경보가 발령된 후 하류 현장까지 도달하는 데 수십 분밖에 걸리지 않는 경우도 있어, 사전 대피 체계가 없으면 대응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결론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실종자 9명을 끝까지 찾는 일입니다. 인근 발전소 터널에서 9일 만에 생존자가 구조된 사례가 실제로 있었다는 점은 수색을 멈춰서는 안 된다는 근거가 됩니다. 도보수색이 막혀 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열화상 장비, 구조견, 현지 지형을 잘 아는 산악 전문가 투입 등 제한적이더라도 접근 방법을 계속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이번 사고를 단순한 천재지변으로 닫아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제가 이 사고를 계속 지켜보면서 든 생각은, 재난 대비 매뉴얼이란 결국 '최악을 가정했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숙소 위치, 경보 전달 체계, 대피로 확보가 이번에 어떻게 작동했는지는 사후에 반드시 투명하게 확인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해외 위험 지역에서 일하는 다음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871040?ntype=RAN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