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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가 강해질수록 실수요자는 오히려 더 안전해진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주변에서 집을 마련하는 분들을 보면서 그 믿음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취득세를 카드 할부로 긁고, 청약통장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방법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대출이 줄어든 게 아니라 형태만 바뀐 것입니다.
지금 실수요자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직접 들어온 이야기를 토대로 짚어봤습니다.
취득세 카드 할부, 실제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일반적으로 집을 살 때 가장 큰 부담은 집값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주변에서 실제로 계약을 진행해 본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취득세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는 겁니다. 3억짜리 아파트를 사도 취득세만 수백만 원, 수도권 중형 아파트라면 수천만 원이 한꺼번에 나갑니다. 잔금과 취득세를 동시에 맞춰야 하는 시점이 오면 자금 압박은 예상보다 훨씬 커집니다.
자금이 충분하다면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겠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현실 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 취득세를 신규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로 결제하는 방법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휴대폰 구매시에도 그렇게 하라고 권유하는것을 격어 봤지만 솔직히 이건 처음 들었을 때 예상 밖이었습니다.
카드사마다 신규 발급 후 일정 기간 무이자 혜택을 주는 걸 이용하는 건데, 이게 개인의 창의적인 절약법이 아니라 구조적인 자금난의 결과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예·적금 담보대출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여기서 예·적금 담보대출이란 가입된 예금이나 적금을 해지하지 않고 그 잔액을 담보로 잡아 돈을 빌리는 방식입니다.
청약통장을 중도 해지하면 청약 자격 자체가 날아가기 때문에, 통장은 유지하면서 돈을 끌어오는 궁여지책입니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예·적금 담보대출 잔액은 2025년 6월 기준 6조 7,928억 원으로 연초 대비 5,230억 원(8.3%) 증가했습니다(출처: 금융위원회).
현장에서 실수요자들이 활용하고 있는 우회 자금조달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신규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로 취득세 결제
- 예·적금 담보대출로 잔금 일부 마련
- 보험계약대출로 부족분 보충
- 이주비 대출 최대한 활용
가계대출 총량 관리, 실수요자와 투기 수요를 같은 잣대로?
가계대출 총량 관리란 금융당국이 은행별로 연간 대출 증가 한도를 정해두고 그 한도 안에서만 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금융당국은 올해 금융권 전체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을 초과하면 은행은 신규 대출을 사실상 조여야 합니다.
문제는 이 총량 기준이 투기 목적의 다주택자와 생애 처음 집을 사려는 청년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건 분명한 설계 오류입니다.
대출을 억제해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는 맞지만, 수단이 너무 뭉툭합니다.
투기 수요를 잡으려다 실수요자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형국입니다.
그리고 청년만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제 주변에도 40대~50대 이지만 집이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 입니다.
담보인정비율(LTV)도 이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LTV란 부동산 감정가 대비 빌릴 수 있는 대출 금액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LTV 70%면 5억짜리 집에 대해 최대 3억 5천만 원까지 빌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 이주비 대출은 종전 주택의 감정가를 기준으로 LTV를 적용하는데, 금융당국은 이를 신축 주택 기준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신축 기준으로 바뀌면 실수요자의 이주비 대출 한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험계약대출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습니다. 보험계약대출이란 보험을 해지하지 않고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잡아 돈을 빌리는 방식입니다.
주요 생명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2025년 6월 말 기준 33조 122억 원으로, 연초 대비 1조 5,603억 원(4.9%) 증가했습니다(출처: 금융위원회). 은행 대출이 막히자 사람들이 보험 해약환급금까지 끌어다 쓰고 있는 것입니다.
핀셋 지원, 기준이 모호하면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
금융위원회는 청년·신혼부부·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등 실수요자 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3일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꼭 필요한 청년, 신혼부부, 생애 최초 구입자에게는 핀셋형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직접 밝혔습니다. 현재 정책서민금융과 민간 중금리대출은 이미 총량 관리 대상에서 빠져 있는데, 여기에 실수요자 대출을 추가하는 방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습니다.
방향 자체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주거는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니라 삶의 기반이라고 봅니다.
자산이 적은 청년이나 신혼부부가 투기꾼과 같은 기준으로 규제받는 건 불합리합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런 식의 지원책에서 가장 자주 무너지는 부분은 실행 단계의 기준 설계입니다.
'청년'의 나이 기준은 어디까지인지, '신혼부부'는 혼인 후 몇 년까지인지, 생애최초 여부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가 불분명하면 정책을 악용하는 사례가 반드시 나옵니다. 형평성 논란도 뒤따릅니다. 지원을 받는 사람과 아슬아슬하게 기준 밖으로 밀린 사람 사이의 박탈감은 생각보다 큰 사회적 갈등이 됩니다.
또한 실수요자 지원을 확대하더라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은 유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DSR이란 대출자의 연간 소득 대비 모든 금융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소득에 비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빚인지 확인하는 지표입니다. 대출 한도를 늘려주되, 상환 능력을 함께 검증하는 장치를 유지해야 실수요자 지원이 중장기적인 가계 부실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주거는 삶의 기반입니다. 실수요자가 카드 할부와 보험 담보대출을 긁어모아 겨우 잔금을 치르는 상황은 어떤 시각으로 봐도 정상이 아닙니다.
이번 핀셋 지원 검토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진다면, 적용 대상과 기준을 촘촘하게 설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대출 총량을 늘리느냐 줄이느냐보다,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허용하느냐가 더 중요한 질문입니다.
실수요자를 보호하면서 투기 수요는 억제하는 균형, 지금 당장 그 설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대출 관련 의사결정은 반드시 금융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