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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세계 명품 시장 소비자가 7,000만 명 이상 줄었습니다.
저도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꽤 놀랐습니다. 명품이 대세인 것 같아도 실제 지갑을 여는 사람은 빠르게 줄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 위기 속에서 코치와 케이트스페이드를 보유한 태피스트리가 꺼낸 카드가 아웃렛 전략입니다.
단순한 재고 처리가 아니라 브랜드 경험을 파는 공간으로 아웃렛을 바꾸겠다는 방향입니다.

아웃렛 고급화, 왜 지금인가

명품 소비가 위축되면서 브랜드들이 가장 먼저 직면하는 문제는 '어떻게 새 고객을 끌어들이냐'입니다.
정가 매장에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소비자들을 어떻게 브랜드 안으로 데려오느냐가 핵심 과제가 된 거죠.

태피스트리가 선택한 방법은 애스피레이셔널(Aspirational) 고객층을 공략하는 것입니다.
애스피레이셔널이란 명품을 동경하지만 아직 정가 구매는 부담스러워하는 입문 소비자층을 가리킵니다.
이들을 잡기 위해 아웃렛 매장에 정규 매장용 상품 비중을 늘리고, 인테리어도 가성비 럭셔리 스타일로 손봤습니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킨슈크 제라스 교수에 따르면, 10년 전만 해도 아웃렛은 명품 업계에서 단순한 재고 처리 채널에 불과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합리적인 가격에 경험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대안 유통 채널로 자리를 바꾼 것입니다.

저도 솔직히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백화점 정식 매장에서 구매해야만 '진짜' 명품을 산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불확실해지면서 그 인식이 자연스럽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공식 아웃렛에서 같은 브랜드, 같은 품질의 제품을 할인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걸 직접 확인하고 나서부터는 신상이 아니라면 굳이 정가를 고집할 이유를 못 찾겠더라고요.

월가에서도 이 전략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웰스파고는 랄프로렌의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Overweight)'로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425달러로 높였습니다.
비중 확대란 시장 평균보다 더 많이 담을 만큼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증권사의 판단을 의미합니다.
번스타인 역시 태피스트리에 대해 '시장수익률 상회(Outperform)' 의견을 내놓으면서 목표주가 180달러를 제시했습니다.
시장수익률 상회란 해당 종목이 시장 전체 수익률보다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는 뜻입니다.

태피스트리가 월가의 호평을 받는 핵심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애스피레이셔널 고객층으로 소비자 저변을 확대
  • 아웃렛 매장에 정규 상품 비중을 늘려 브랜드 경험의 질을 끌어올림
  • 인테리어 고급화로 아웃렛의 이미지 자체를 리포지셔닝
  • 합리적 소비를 원하는 시대 흐름과 방향이 일치

브랜드 가치와 접근성, 균형이 관건이다

이 전략이 좋아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제가 이 뉴스를 읽으면서 한 가지 계속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브랜드 희소성(Scarcity)의 문제입니다.
희소성이란 공급이 제한적일 때 소비자가 느끼는 특별함과 가치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명품 산업에서 프리미엄 가격을 유지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제입니다.

명품이 오랫동안 높은 가격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아무나 살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웃렛 전략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할인할 때 기다리면 된다'는 소비 패턴이 굳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점이 장기적으로는 브랜드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글로벌 명품 시장 소비자는 7,000만 명 이상 감소했습니다(출처: 베인앤컴퍼니). 이 수치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소비자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초고가 브랜드를 제외하면 중간급 럭셔리 브랜드일수록 가격 경쟁력 없이는 소비자를 붙잡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꽤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주변을 봐도 공식 온라인몰 세일이나 아웃렛 행사를 기다렸다가 구매하는 사람들이 확실히 늘었습니다. 처음에는 할인 구매를 조금 꺼리던 분들도 한두 번 경험하고 나면 태도가 달라지더라고요.
브랜드 입장에서 보면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는 데는 성공하지만, 그 고객이 언젠가 정가 매장으로 올라오게 만들 수 있느냐가 진짜 숙제입니다.

리포지셔닝(Repositioning)이라는 전략 개념도 여기서 중요하게 작동합니다.
리포지셔닝이란 브랜드가 소비자 인식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의도적으로 재설계하는 것을 말합니다.
태피스트리가 아웃렛을 재고 처리 공간에서 브랜드 경험 공간으로 바꾸는 작업 자체가 리포지셔닝의 일환입니다.
이게 성공하면 아웃렛 방문 자체가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경험이 됩니다. 하지만 실패하면 '세일 브랜드'라는 이미지만 남을 수 있습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월가에서는 태피스트리의 이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출처: CNBC). 실제 주가 반응이나 애널리스트들의 목표주가 상향이 그 근거입니다. 다만 저는 단기 실적보다 3~5년 후에도 브랜드 이미지가 유지되느냐를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명품 아웃렛 전략이 진짜 효과를 내려면 다음 세 가지를 동시에 잡아야 합니다.

  1. 아웃렛에서도 정규 매장 수준의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할 것
  2. 아웃렛 전용 저가 상품과 정규 라인의 구분을 명확히 유지할 것
  3. 할인 깊이와 빈도를 조절해 '기다리면 더 싸진다'는 인식을 차단할 것

결국 가격을 낮추는 게 전략이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더 많은 소비자가 그 가치에 접근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균형을 잘 잡는 브랜드가 앞으로 명품 시장의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명품 소비를 고민하는 분이라면 아웃렛 구매를 무조건 망설일 필요는 없습니다.
공식 채널을 통한 아웃렛 매장이라면 품질은 동일하고 경험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브랜드 입장에서 이 전략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소비자로서 브랜드가 가격을 낮추는 것보다 경험을 높이는 방향으로 계속 가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또는 재무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