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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아이 태어나면 제일 먼저 증권 계좌부터 만들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저도 슬쩍 관심이 갔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막연히 '요즘 부모들이 그렇구나' 정도로 넘겼던 이 흐름이 실제 통계로 확인되니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컸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상장주식을 1억원 이상 보유한 미성년자가 5,400명을 넘어섰고, 전체 미성년 주식 보유액은 7조3,113억원에 달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꼬마 큰손'이 늘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데이터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 이면에 꽤 복잡한 구조가 숨어 있습니다.
보유 현황 — 숫자가 말해주는 것
한국예탁결제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숫자가 꽤 선명하게 이야기를 합니다(출처: 한국예탁결제원). 2024년 말 2,800명이었던 1억원 이상 미성년 주주가 2025년 말에는 5,400명으로, 1년 사이 92.9% 증가했습니다.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 구간은 같은 기간 4,400명에서 1만명으로 127.3% 급증했습니다.
반면 전체 미성년 주식 보유자 수는 77만3,400명에서 76만9,600명으로 오히려 소폭 줄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신규 진입자가 대거 늘어난 게 아니라, 이미 주식을 보유하던 미성년자의 계좌 잔고가 커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체 미성년 주식 평가액은 4조6,501억원에서 7조3,113억원으로 57.2% 늘었습니다. 여기서 평가액(評價額)이란 주식을 매년 연말 마지막 거래일 종가 기준으로 환산한 금액입니다. 쉽게 말해 그날 주식을 팔면 손에 쥘 수 있는 이론적 가치입니다. 따라서 이 수치에는 지난해 국내 증시 상승에 따른 자연스러운 주가 상승분도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10세 미만만 따로 떼어봐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됩니다. 보유자 수는 25만4,700명에서 23만2,100명으로 2만2,600명 줄었는데, 평가액은 1조2,488억원에서 1조8,355억원으로 47% 불었습니다.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주주 수가 감소하는 와중에 자산 규모가 이렇게 커진다는 건, 남아있는 계좌들이 그만큼 집중적으로 불어났다는 의미이니까요.
- 1억원 이상 미성년 주주: 2,800명 → 5,400명 (92.9%↑)
- 5,000만원~1억원 미만 미성년 주주: 4,400명 → 1만명 (127.3%↑)
- 전체 미성년 주식 평가액: 4조6,501억원 → 7조3,113억원 (57.2%↑)
- 10세 미만 평가액: 1조2,488억원 → 1조8,355억원 (47.0%↑)
자산 격차 — 출발선이 달라지고 있다
미성년자 계좌에서 순매수 상위 종목을 보면 삼성전자(515억원), SK하이닉스(349억원), 현대차(109억원) 같은 대형주가 상위권입니다. ETF 쪽에서는 'TIGER 미국S&P500'(250억원), 'KODEX 미국나스닥100'(139억원), 'KODEX 미국S&P500'(102억원) 순이었습니다. ETF란 주가지수나 특정 자산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로, 여기서 말하는 미국 지수 ETF는 미국 대표 500대 기업이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도록 만들어진 상품입니다.
단기 급등 종목이 아니라 장기 보유에 적합한 우량주와 인덱스 ETF 위주라는 점은 분명 눈에 띕니다. 제 주변에서도 아이 명의로 "삼성전자 조금씩 모아가고 있다"거나 "S&P500 ETF를 매달 정액 매수한다"는 이야기를 접해왔는데, 통계에서도 그 패턴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복리(複利) 효과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복리란 원금에서 발생한 수익이 다시 원금에 합산되어 다음 기간의 수익까지 만들어내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시간이 길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효과인데, 이것이 핵심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수천만원 규모의 주식 계좌를 가진 아이와 성인이 된 후 첫 월급으로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복리 기간 차이는 최소 20년입니다.
물론 미성년자가 스스로 투자 원금을 마련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결국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은 부모나 조부모로부터 이전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박성훈 의원이 "편법 증여나 자금 출처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그 맥락입니다. 아이의 금융 교육이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의 대물림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같은 통계 안에 섞여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증여 절세 —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
제가 이 통계를 보면서 가장 현실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은 증여세 문제입니다. 증여세(贈與稅)란 타인으로부터 재산을 무상으로 받을 때 수증자(받는 사람)가 내야 하는 세금을 말합니다. 미성년 자녀에게 주식을 사줄 때도 이 증여세 규정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현행 세법 기준으로 미성년 자녀는 10년 단위로 2,000만원까지 증여세 없이 증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출처: 국세청). 태어나자마자 2,000만원, 10살이 되면 또 2,000만원, 이런 식으로 시기를 나눠 증여하면 절세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신고 의무가 생기고, 신고하지 않으면 가산세가 붙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주식은 증여 시점의 평가액을 기준으로 증여가액을 산정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500만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증여했고 이후 주가가 올라 3,000만원이 됐다면, 증여 당시 신고한 1,500만원이 과세 기준이 됩니다. 즉 주가가 오를 것 같은 종목을 증여 초기에 넘겨주는 게 세금 측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단순히 주식을 사주는 것에서 끝내는 분들이 많은데, 증여 신고까지 챙기지 않으면 나중에 훨씬 큰 세금 문제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상적인 증여 절차를 거쳐 장기투자를 경험하게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거나 금액 한도를 초과하면서도 신고를 누락하는 경우입니다. '꼬마 큰손'이 늘어난 배경에는 증시 상승 효과도 있지만, 이 문제를 자녀 재테크의 전부인 것처럼 접근하다 보면 자칫 세무 리스크라는 부메랑을 맞을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미성년 자녀 이름으로 주식 계좌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부모(법정 대리인)가 증권사 앱이나 지점을 통해 자녀 명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습니다. 자녀의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부모 신분증이 필요합니다. 비대면으로 개설 가능한 증권사도 있으니 각 증권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절차를 확인하는 것이 빠릅니다.
Q. 자녀에게 주식을 사줄 때 증여세는 꼭 신고해야 하나요?
A. 미성년 자녀는 10년 단위로 2,000만원까지 증여세 면제 혜택이 있습니다. 이 한도 이내라도 나중에 자금 출처를 명확히 해두기 위해 신고를 해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반드시 신고 의무가 있고, 미신고 시 가산세가 부과됩니다.
Q. 미성년자 주식 보유액이 늘어난 게 주가 상승 때문인가요, 아니면 신규 증여 때문인가요?
A. 두 가지 요인이 함께 작용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 통계는 연말 종가 기준 평가액이어서 지난해 국내 증시 상승분이 반영됩니다. 다만 전체 주주 수가 감소하는 가운데 1억원 이상 보유자 수가 93% 가까이 늘었다는 점은 단순 주가 상승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신규 자금 유입도 병행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아이 계좌에 어떤 종목을 사줘야 할까요?
A. 통계 데이터를 보면 실제로 미성년 계좌에서 많이 담긴 종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대형주와 미국 S&P500·나스닥100 추종 ETF입니다. 단기 수익보다 장기 보유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특정 종목 추천은 드릴 수 없지만, 분산투자 효과와 장기 복리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인덱스 ETF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결론
이번 통계를 들여다보면서 제가 느낀 것은, '꼬마 큰손'이라는 표현이 단순히 귀엽지 않다는 점입니다. 1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자가 5,400명이라는 사실보다, 그 아이들 중 상당수가 태어날 때부터 20년 이상의 복리 기간이라는 출발선 위에 서있다는 게 더 본질적인 이야기라고 봅니다.
아이에게 주식을 물려주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주식을 사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왜 이 기업을 골랐는지, 주가가 왜 변하는지, 그리고 투자에는 언제나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까지 함께 이야기해주는 것이 진짜 자녀 재테크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증여세 신고와 자금 출처 관리까지 챙겨야 절세 효과도, 세무 리스크 방어도 동시에 가능합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29/0003047984?ntype=RAN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