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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차"라는 말만 듣고 막연히 부드럽고 예쁜 차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E300 AMG를 직접 받아 운전해보니, 첫 5분부터 당황했습니다. 기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그 당황스러움부터 솔직하게 풀어낸 실제 시승 이야기입니다.

기어 레버가 없다 — 처음 타는 사람이 가장 먼저 막히는 것
차를 받은 첫날, 출발을 앞두고 오른손이 허공을 더듬었습니다.
평소 운전하던 차에서는 당연히 있던 기어봉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2~3분을 멍하니 앉아 있다가 결국 AI 검색을 켰습니다.
알고 보니 E300 AMG는 칼럼 시프터(Column Shifter)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습니다.
칼럼 시프터란 핸들 오른쪽에 달린 레버로 기어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바닥에 기어봉이 없는 대신 스티어링 칼럼 옆에서 조작합니다. 유럽 고급 세단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레버를 아래로 내리면 D(드라이브) 모드로 진입합니다.
이걸 이해하고 나면 어렵지 않은데, 아무 사전 정보 없이 처음 앉으면 꽤 당황스럽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기 때문에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더 아찔했던 건 이튿날 비 오는 날 운전할 때였습니다.
와이퍼를 켜려고 오른쪽 레버에 손을 댔더니 갑자기 기어가 N(중립)으로 바뀌었습니다.
N 모드란 엔진 동력이 바퀴에 전달되지 않는 중립 상태를 말하는데, 주행 중이었다면 꽤 위험한 순간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신호 대기 중이라 큰 사고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손이 떨렸습니다.
참고로 E300 AMG의 와이퍼는 왼쪽 레버로 조작합니다.
처음 타시는 분이라면 반드시 미리 확인해두시길 권합니다.
처음 벤츠 E클래스를 운전할 때 알아두면 좋은 조작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기어 변경: 핸들 오른쪽 칼럼 시프터 레버(위로 올리면 R, 아래로 내리면 D)
- 와이퍼 조작: 핸들 왼쪽 레버
- 시트벨트: 착용 후 자동으로 몸을 조이는 프리세이프 텐셔너 기능 작동
앰비언트 조명과 사운드 — 왜 여성 구매자가 많은지 느낀 순간
서울 시내를 빠져나오면서 가장 먼저 마음에 든 건 뜻밖에도 사운드 시스템이었습니다.
저음 비트가 강한 음악을 틀었는데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의 밀도가 달랐습니다. 제 차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래서 여성들이 좋아하는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온 건 서부간선 유료지하도로에 진입하던 순간이었습니다.
차 실내에 앰비언트 라이팅(Ambient Lighting)이 켜졌습니다.
앰비언트 라이팅이란 실내 인테리어 라인을 따라 은은하게 발광하는 간접 조명 시스템으로, 단순한 조명을 넘어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을 합니다. OLED 방식과 달리 선 형태로 이어지는 빛의 흐름이 특징입니다.
터널에 들어가는 순간 차 안이 조용히 빛으로 채워지는 그 경험은 솔직히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 날 가족을 태우고 같은 지하 주차장을 지나갔을 때도 조명에 대한 반응이 먼저 나왔습니다.
운전자인 저보다 동승자들이 더 좋아했습니다.
E300 AMG의 국내 판매 시작 가격은 9,480만원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에 따르면 직판제 전환 이후 E클래스 구매자 중 여성 비율이 40%로, 다른 라인업 대비 가장 높습니다(출처: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실내 감성과 조명, 부드러운 주행감이 맞물려 만들어내는 경험이 여성 구매자층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설명은 직접 타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됐습니다.
다만 저는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차"라는 표현이 조금 단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앰비언트 조명이나 아이보리 시트가 여성에게만 매력적인 요소는 아닐 테고, 반대로 여성 운전자라고 해서 모두 이런 감성 요소만 보고 차를 고르지도 않습니다. 가격, 연비, 안전사양, 유지비를 함께 따지는 구매자가 훨씬 많을 겁니다.
고속도로 주행과 연비 — 성능이 좋으면 오히려 조심해야 한다
세종시를 목적지로 고속도로에 진입했습니다. 천천히 밟는다고 생각했는데 계기판이 어느새 100㎞/h를 넘어 있었습니다. 처음엔 계기판이 잘못된 줄 알았습니다.
E300 AMG에는 2.0리터 직렬 4기통 터보 엔진이 탑재되어 있으며 최고출력은 258마력입니다.
터보 엔진이란 배기가스를 이용해 공기를 강제로 압축 주입함으로써 엔진 출력을 높이는 과급 방식을 말합니다.
자연흡기 엔진 대비 같은 배기량에서 더 높은 출력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가속이 부드러우면서도 빠릅니다.
이 부드러움이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속도가 오르는 느낌이 거칠지 않으니 운전자가 속도를 과소평가하게 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상당히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연비는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약 400~450㎞를 주행하고 난 뒤 연료 게이지가 3칸 정도 소모된 상태였습니다.
공인 복합연비는 11.1㎞/ℓ인데, 고속도로 구간이 많아서인지 체감 연비는 공인 수치보다 준수하게 느껴졌습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연비 공인 기준에 따르면 복합연비는 도심과 고속도로 주행 비율을 55:45로 반영하여 산출합니다(출처: 국토교통부). 고속도로 비율이 높은 장거리 주행에서는 공인 수치보다 실제 연비가 더 좋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트벨트의 프리세이프 텐셔너(Pre-Safe Tensioner) 기능도 한 번 언급하고 싶습니다.
프리세이프 텐셔너란 충돌 위험을 감지하거나 벨트를 착용하는 순간 자동으로 안전벨트를 팽팽하게 당겨 탑승자를 시트에 고정하는 안전 시스템입니다. 안전을 위한 기능인데 조임이 꽤 강한 편이라, 처음 경험하면 당황할 수 있습니다.
E300 AMG는 확실히 잘 만든 차입니다. 그런데 시작 가격이 9,480만원이고 보험료와 정비비까지 더하면 실제 유지 부담은 상당합니다. "여성 선호도 1위"라는 문구 하나로 끌렸다면, 한 번쯤 직접 시승해보고 본인의 운전 환경과 맞는지를 먼저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조명이 예뻐서 샀다가 칼럼 시프터에서 당황하는 경험은 저 하나로 충분합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866874?ntype=RANK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