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병원을 옮길 때마다 CT를 다시 찍어야 했던 경험, 저도 직접 겪었습니다.
이미 촬영한 영상이 있는데도 새 병원에서 "저희 쪽 영상이 없어서요"라는 말 한마디에 또 검사를 받아야 했던 그 순간, 허탈함이 컸습니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QR코드 기반 의료영상 공유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오래된 문제가 드디어 해결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중복촬영, 얼마나 심각한 문제였나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막연히 "불편한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실제 수치를 보니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구조적 문제였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CT 촬영 후 30일 이내에 다른 병원을 찾은 환자 94만 4,172명 가운데 25만 3,438명, 즉 26.8%가 새 병원에서 영상을 다시 찍었습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4명 중 1명 이상이 이미 촬영 이력이 있음에도 재촬영을 받은 셈입니다. 더 씁쓸한 건 이 수치가 매년 오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2년 25.8%, 2023년 26.2%, 2024년 26.5%, 2025년 26.8%로 꾸준히 상승해 왔습니다.
여기서 CT(컴퓨터단층촬영)란 X선을 여러 각도에서 조사해 신체 단면 영상을 얻는 고가 의료장비 검사를 의미합니다.
한 번 촬영할 때 방사선에 노출되고 비용도 상당한데, 불필요하게 반복한다는 것은 환자에게 이중 부담입니다.
MRI(자기공명영상)도 마찬가지입니다. MRI란 강한 자기장과 전파를 이용해 체내 연부조직을 정밀하게 촬영하는 검사로, 특히 뇌, 척추, 관절 질환 진단에 많이 활용됩니다. 비급여 항목이 많아 한 번 촬영에 수십만 원이 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 중에는 허리 MRI를 한 달 새 두 병원에서 각각 찍고 100만 원 가까이 날렸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단순히 영상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말입니다.
이 문제의 핵심은 병원 간 의료영상정보가 단절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의료영상정보란 CT, MRI, X선 등 영상 진단 검사를 통해 생성된 디지털 파일로, 의료기관마다 별도 서버에 저장되어 타 기관에서 바로 열람하기 어렵습니다. 환자가 직접 CD를 발급받아 들고 다니는 방식이 지금까지의 현실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불편했습니다. CD를 발급받으려면 또 시간을 써야 하고, 새 병원에서 CD 판독이 안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허탈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핵심 포인트:
- CT 재촬영률 2025년 기준 26.8%, 4년 연속 상승
- 병원 이동 환자 4명 중 1명 이상 불필요한 재촬영 경험
- CT, MRI 등 고가 의료장비 반복 촬영으로 환자 비용 부담 및 건강보험 재정 누수 발생
- 현재 방식은 환자가 직접 CD 발급 후 지참 — 불편하고 호환성 문제 빈번
QR공유 시스템, 기대와 함께 챙겨야 할 것들
이번 보건복지부의 2026 하반기 업무계획에 따르면, 환자가 스마트폰의 QR코드를 활용해 자신의 CT, MRI 영상을 원하는 병원에 직접 전송할 수 있는 영상정보공유시스템이 내년 상반기까지 구축될 예정입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이보다 먼저, 올해 12월부터는 병원이 AI 기술로 환자의 촬영 이력을 실시간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도 도입됩니다.
제가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이제야?"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은행 앱으로 몇 초 만에 송금하고, 민원서류를 집에서 출력하는 시대에 의료 영상 하나 공유하지 못했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의료 분야의 디지털 전환은 늦었고, 이번 변화는 그 시작점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시스템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세 가지를 함께 챙겨야 진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의료진의 활용 문화입니다.
아무리 좋은 공유 시스템이 갖춰져도 의사가 이전 영상을 열어보지 않거나 습관적으로 재촬영을 지시한다면 달라지는 게 없습니다. 시스템 도입과 함께 의료 현장의 진료 문화도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입니다.
CT, MRI 영상에는 민감한 의료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QR코드 기반 전송 과정에서 암호화, 접근 권한 관리, 저장 서버의 보안 수준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으면 정보 유출 리스크가 생깁니다. 이 부분은 제도 설계 단계에서 가장 철저히 다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입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 환자나 만성질환자들이 정작 이 시스템의 주요 수혜 대상인데, QR코드를 직접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병원 접수 창구에서 대리 전송을 도와주는 방식이나 보호자 위임 기능이 함께 마련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환자 중심 의료가 될 것입니다.
이번 정책은 분명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하지만 좋은 제도는 기술만 발전한다고 완성되지 않습니다. 시스템을 만든 뒤, 실제로 누구나 편리하게 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질 때 비로소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상반기 시스템 구축 이후,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정착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병원을 옮길 때마다 같은 검사를 반복하는 일이 하루빨리 과거의 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816614?cds=news_media_pc&type=edit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