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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 이후 임진강과 한탄강 일대에서 북한군이 DMZ에 매설한 지뢰가 남측으로 떠내려올 가능성이 있다는 군 당국의 공식 경고가 나왔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강가에서 나무 상자 하나 만지는 게 그렇게까지 위험한 일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관련 내용을 들여다볼수록 결코 가볍게 넘길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비가 그친 뒤 강변에서 마주칠 수 있는 것들

저는 예전에 비가 많이 온 다음 날이면 집 근처 하천을 걸으러 나가는 걸 좋아했습니다.
불어난 물이 쓸고 간 자리에 나뭇가지, 플라스틱 조각, 심지어 신발까지 온갖 것들이 쌓여 있는 모습이 묘하게 흥미로웠거든요.
그때는 한 번도 '저게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연천이나 파주처럼 군사분계선(MDL)과 가까운 접경지역에서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군사분계선(MDL)이란 한국전쟁 정전 협정에 따라 남북한 군대의 경계를 구분한 선으로, 이 선 주변 각각 2km 구역이 비무장지대(DMZ)입니다.
DMZ는 정전 이후 수십 년에 걸쳐 대량의 지뢰가 매설된 지역으로, 군 당국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인해 일부 지뢰가 유실된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실제로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에서 물에 떠내려간 것으로 추정되는 지뢰가 폭발한 흔적도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연천·파주 지역에 최고 290mm의 누적 강수량이 기록되었고, 북한의 황강댐 방류까지 겹치면서 임진강 수위가 10.2m까지 치솟았습니다(출처: 한강홍수통제소).
이 정도 수위라면 강바닥에 묻혀 있던 지뢰가 물살에 쓸려 수km 이상 이동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입니다.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도 "유실된 지뢰가 남북 공유 하천을 통해 우리 지역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공식적으로 경고했습니다.

목함지뢰와 나뭇잎 지뢰, 이게 어떻게 생겼냐면

제가 이 부분에서 가장 걱정스러웠던 건 지뢰의 형태 때문입니다.
보통 지뢰라고 하면 영화에서처럼 금속 원통 모양을 떠올리기 쉬운데, 실제 유실 지뢰는 전혀 그렇게 생기지 않았습니다.

목함지뢰란 나무 상자 형태로 제작된 대인지뢰로,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수저통과 생김새가 거의 같습니다.
내부에는 약 70g의 폭약이 들어 있는데, 이는 일반 대인지뢰(약 20g)의 3배 이상입니다.
이미 2010년 7월 강화도 해안에서 군사시설 밖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장마철마다 접경지역 하천 주변에서 반복적으로 수거되어 왔습니다.
같은 해 8월에는 연천군 임진강 지류인 사미천에서 낚시를 마치고 귀가하던 40대 남성이 이 지뢰를 줍다가 폭발로 현장에서 숨진 사고도 있었습니다.

나뭇잎 지뢰란 두툼한 나뭇잎 모양으로 위장된 소형 대인지뢰로, 2024년부터 새롭게 발견된 유형입니다.
휴대전화 크기 정도이며 내부 폭약량은 약 40g으로, 폭발력은 일반 대인지뢰와 목함지뢰의 중간 수준입니다.
군 당국은 당시 북한이 대북 전단에 대응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흘려보냈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발견 시 반드시 기억해야 할 행동 요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 나무 상자 형태 또는 나뭇잎처럼 생긴 물체를 발견하면 절대 만지지 않는다
  • 발견 위치에서 멀리 벗어난 뒤 즉시 군부대 또는 경찰에 신고한다
  •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다면 접근하지 않도록 함께 알린다
  • 아이들이 있는 경우 어른이 먼저 판단하고 아이가 먼저 접근하지 않도록 막는다

제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한번 가까이 가서 봐야겠다"는 호기심입니다. 바로 그 순간이 가장 위험합니다.

매년 반복되는 경고, 달라지지 않는 현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 문제가 2010년부터 이미 15년 넘게 반복되어 왔다는 사실입니다.
장마철마다 같은 경고가 나오고, 가끔 사고가 터지고, 또 잊혀지는 패턴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단순한 군사 문제가 아니라 재난 대응의 구조적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인지뢰(Anti-Personnel Mine)란 사람이 밟거나 접촉할 때 폭발하도록 설계된 지뢰로, 소형이고 위장이 뛰어나 발견이 어렵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전후에도 민간인 피해가 이어지는 무기로, 국제 사회에서는 오타와 조약(대인지뢰 금지 협약)을 통해 사용 금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북 모두 이 협약에 서명하지 않은 상태입니다(출처: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제가 더 아쉬운 건 홍보의 방식입니다. 현재는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장마철에만 반짝 안내가 이루어지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목함지뢰나 나뭇잎 지뢰의 실제 외형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접한 시민이 얼마나 될까요.
접경지역을 찾는 관광객이나 낚시객 대부분은 이 지뢰들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르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자체 현수막 한 장과 안전 문자 한 통으로 이 인식의 간격을 메우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군과 지자체가 발 빠르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재난 대응에서 사전 예방이 사후 수습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안전 교육이 반복적으로, 그리고 시각적으로 이루어질 때 비로소 사람들의 행동이 바뀝니다.

비가 그친 뒤 강변을 산책하는 일은 일상적인 즐거움입니다. 하지만 접경지역 하천 주변에서라면, 잠깐 멈추고 발 앞의 낯선 물체를 다시 한번 보는 습관이 생사를 가를 수 있습니다. 이상하다 싶으면 만지지 말고 바로 신고하는 것, 그 단순한 행동 하나가 가장 중요한 안전 수칙입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야외에 나갈 때는 "모르는 물건은 절대 줍지 않는다"는 약속을 미리 해두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666/0000116595?cds=news_media_pc&type=edi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