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는데, 스마트폰 사업에서 처음으로 적자가 났다면 믿겠습니까?
삼성전자 2분기 실적을 처음 봤을 때 저도 한 번 더 확인했습니다.
89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같은 분기에, 스마트폰 사업이 7000억원 영업 손실을 냈다는 게 직관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숫자를 뜯어볼수록 이게 단순한 이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도체 호황: AI가 불을 지핀 메모리 슈퍼사이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업이익 89조5000억원 중 99.7%를 반도체 부문 하나에서 벌어들였다는 사실은, 숫자를 보고도 한참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 됐습니다. 나머지 사업부가 전부 합쳐봐야 전체 이익의 0.3%밖에 안 된다는 뜻이니까요.

이 실적의 핵심은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서버용 D램 가격 급등입니다.
여기서 HBM이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메모리 반도체로, AI 연산에 필수적인 GPU 옆에 붙어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는 역할을 합니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HBM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D램 가격은 올 1분기에만 전 분기 대비 80% 이상 올랐고, 2분기에도 50% 이상 추가 상승했습니다.
제가 직접 반도체 업황 데이터를 찾아보면서 느낀 건, 이 정도 가격 상승 속도는 과거 슈퍼사이클과 비교해도 상당히 가파른 편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슈퍼사이클이란 특정 산업에서 수요가 공급을 장기간 압도하면서 가격이 강하게 상승하는 국면을 뜻합니다.

이번 호황을 이끈 배경은 분명합니다.

  • 미국 빅테크(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등)의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 폭증
  • HBM 및 서버용 D램 공급 부족 지속
  • AI 모델 고도화로 인한 연산량 급증 → 고부가가치 메모리 수요 확대
  • 모바일·PC 수요 회복까지 겹치며 범용 메모리 가격도 동반 상승

다만 제 경험상, 반도체 업황은 올라갈 때만큼이나 내려올 때도 빠릅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분기 영업이익 기준으로 미국 엔비디아와 애플의 최고 실적을 넘어선 테크 기업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반도체 산업은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이기도 합니다. 사이클 산업이란 경기 변동에 따라 실적이 극단적으로 오르내리는 특성을 가진 산업을 뜻합니다.
실제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2023년에 14조8800억원이라는 연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출처: 삼성전자 IR). 지금의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스마트폰 적자: 원가 압박과 시장 경쟁력 문제가 겹쳤다

제가 이번 실적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여기입니다. 스마트폰 사업의 첫 분기 적자입니다.
MX(모바일 경험) 사업부는 2008년 이후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건, 코로나 팬데믹 같은 굵직한 위기 속에서도 단 한 번도 분기 적자를 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 MX가 처음으로 무너졌다는 사실이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스마트폰 실적을 볼 때 흔히 판매 대수나 매출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엔 원가율이 핵심이었습니다.
원가율이란 매출 대비 제품을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의 비율로, 이 수치가 높아지면 매출이 늘어도 남는 게 없는 구조가 됩니다.
핵심 부품인 D램과 낸드 플래시 가격이 반도체 호황으로 급등하면서, 그걸 사다 써야 하는 MX 사업부 입장에서는 원가 부담이 한꺼번에 밀려온 셈입니다.

여기에 시장 구조 문제까지 겹쳤습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 아이폰이 확고한 생태계 장벽을 쌓고 있고, 중저가 시장에서는 샤오미, 오포 같은 중국 업체들이 가성비를 앞세워 점유율을 계속 넓히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수익성을 확보해온 중간 가격대, 소위 볼륨존에서의 경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삼성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MX·네트워크 사업부의 올해 영업 손실 추정치는 5조8410억원, 내년에는 손실이 15조209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출처: 삼성증권).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 누적 적자가 24조287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예측은, 제 경험상 이 정도 숫자면 단순한 단기 수익성 악화로 볼 수 없는 수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스마트폰 적자를 단순히 메모리 가격 탓으로만 돌리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드웨어 경쟁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소프트웨어와 AI 서비스, 그리고 iOS에 맞먹는 생태계 경쟁력 없이는 프리미엄 시장 회복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폴더블폰 확대나 갤럭시 AI 기능 강화가 실제로 소비자의 구매 결정을 바꿀 수 있을지, 그 부분이 앞으로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번 삼성전자 실적이 보여준 건 기업 전체 숫자가 아니라 사업 부문별 온도 차이였습니다.
AI와 연결된 쪽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완제품 쪽은 그 여파로 오히려 타격을 입는 구조가 같은 회사 안에서 동시에 벌어졌습니다.
앞으로 삼성전자를 포함해 어떤 기업이든 분석할 때는 전체 실적보다 사업부별 경쟁력을 꼭 함께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MX가 어떤 전략으로 반등을 노릴지, 두 가지 흐름을 나란히 추적하는 게 지금 삼성전자를 제대로 읽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전문가 상담을 통해 이루어지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990441?ntype=RAN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