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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이번 급락을 보면서 처음엔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잘 안 됐습니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규모로 사들이며 반등 기대감이 켜지던 참이었는데, 다음 날 장을 열었더니 두 종목이 각각 7~8%대 급락한 겁니다. 숫자가 떨어지는 걸 보는 것보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될 때 더 당혹스럽다는 걸 이번에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하루 만에 뒤집힌 수급, 숫자로 확인하면 더 선명해집니다

이날 삼성전자는 외국인이 8,700억 원, 기관이 8,500억 원 규모를 순매도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더 컸습니다.
외국인이 무려 1조 7,500억 원, 기관이 8,600억 원을 팔아냈습니다. 전날에는 두 종목 모두 외국인 순매수 1위, 2위를 기록했는데, 하루 만에 순매도 1위, 2위로 자리가 바뀐 것입니다. 이 정도 규모의 매물이 하루 안에 쏟아지면 어지간한 종목은 버티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순매도란 같은 날 사들인 물량보다 판 물량이 더 많다는 뜻입니다. 금액이 클수록 시장에 미치는 하방 압력도 그만큼 강해집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안 올 수 있는데, SK하이닉스 하루 거래대금 전체 규모와 맞먹는 수준의 외국인 매도가 나왔다고 보면 됩니다.

이 급락의 배경엔 국내 요인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중동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했고,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4.7%를 돌파했습니다. 국채 금리가 오른다는 건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위험 자산인 주식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신호로 읽힙니다. 여기에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AI 투자 확대를 발표했는데도 현금 흐름 악화 우려로 뉴욕 증시에서 7%가량 하락하며 차익실현 매물까지 겹쳤습니다.

이날 코스피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7.86% 하락하며 전 업종 중 낙폭이 가장 컸고, 코스피 지수 전체도 5.72%, 406포인트 넘게 빠진 6,690선으로 마감했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하루에 5% 이상 빠지는 건 그 자체로 드문 일입니다. 이날 하락에 영향을 준 복합 변수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중동 지정학 리스크로 국제유가 100달러 근접
  •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 4.7% 돌파
  • 알파벳 실적 발표 이후 AI 투자 확대에도 현금 흐름 우려로 뉴욕 증시 하락
  •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대규모 순매도 집중

이처럼 글로벌 매크로 환경이 한꺼번에 흔들리는 날에는 개인투자자가 방향을 잡기가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이런 날일수록 뉴스와 커뮤니티에서 올라오는 "폭락", "패닉" 같은 표현들이 심리를 더 흔들어놓습니다. 증권사 커뮤니티에서 "개미들을 서서히 다 말라죽이려 한다"는 글이 올라올 정도였으니, 그 분위기가 어땠는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개인투자자가 자주 놓치는 것, 수급보다 원칙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날에 가장 위험한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공포에 못 이겨 손절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정도면 바닥이겠지"라는 근거 없는 낙관으로 추가 매수하는 겁니다. 저도 투자 초반에는 이 두 가지 실수를 번갈아 하면서 꽤 오랜 시간을 소비했습니다.

문제는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 변화를 개인이 실시간으로 판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수급이란 특정 종목에 대해 사자와 팔자가 얼마나 몰리느냐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주가 방향을 단기적으로 결정짓는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외국인과 기관은 글로벌 금리, 환율, 기업 실적 전망, 지정학 리스크 등 수십 가지 변수를 동시에 반영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하루나 이틀의 수급 방향만 보고 시장 흐름을 예측하려 하면 오히려 더 큰 실수를 만들어냅니다.

이번 급락과 관련해서 한 가지 짚고 싶은 건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는 이미 역사적 저점권에 근접해 있다는 점입니다. PBR이란 현재 주가가 기업의 순자산 대비 몇 배에 거래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낮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단기 수급이 기업의 본질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시점이 생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한국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코스피 반도체 업종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최근 수년 기준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40~50%대를 오가고 있어, 외국인 수급이 국내 반도체 대형주에 미치는 영향이 구조적으로 클 수밖에 없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 방향도 반도체 업종의 주가와 밀접하게 연동됩니다.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는 성장주와 경기민감주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지는데, 반도체주는 두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어 금리 상승기에 특히 취약한 구조입니다. 미국 연준 공식 채널을 통해 발표된 금리 결정 방향을 꾸준히 확인하는 것도 반도체 투자자에게는 중요한 습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출처: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성적으로 주식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나도 개미였다는 커뮤니티 반응이 와닿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도 그 감정을 정확히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오랜 기간 투자하면서 느낀 건, 시장이 흔들리는 날의 판단은 대부분 나중에 돌아봤을 때 후회로 남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단기 변동성이 커질수록 기업의 펀더멘털, 즉 실적과 경쟁력이라는 기초 체력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무리하자면, 이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급락은 단순히 국내 수급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변수들이 한꺼번에 겹친 결과였습니다.
개인투자자가 이 모든 흐름을 사전에 예측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저는 그래서 하루 수급보다 분기 실적 흐름을, 커뮤니티 분위기보다 기업의 재무 데이터를 먼저 들여다보는 습관을 유지하려 합니다.
급락이 두렵다면, 그 두려움이 감정에서 오는 것인지 데이터에서 오는 것인지 먼저 구분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1/0001044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