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영업이익 기반 성과급 요구는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며, 이를 목적으로 한 파업은 위법"이라는 특별 권고를 회원사에 배포했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노동조합의 요구가 불씨였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접하자마자 솔직히 "또 같은 싸움이 시작됐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문제는 누가 옳고 그르냐보다, 왜 이 논쟁이 매년 반복되는가였습니다.

단체교섭 대상이냐, 아니냐: 법적 쟁점 들여다보기
경총이 이번에 꺼낸 핵심 논리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성과급이 "임금"이 아니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익 배분 방식은 단체교섭(Collective Bargaining)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단체교섭이란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임금·근로시간·복지 등 근로조건을 협의하는 절차를 말하는데,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교섭 대상은 원칙적으로 근로조건에 한정됩니다.
여기서 성과 배분(Profit Sharing)이란 기업이 일정 기간 올린 이익의 일부를 사전에 정한 기준에 따라 구성원에게 나눠주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회사가 잘 벌었으니 직원에게도 일부를 돌려준다"는 개념입니다.
경총은 이 성과 배분이 근로 제공과 직접적 대가 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임금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흥미롭게 본 것은 "임금성(賃金性)"이라는 개념입니다.
임금성이란 어떤 금품이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것인지 여부를 따지는 기준인데, 법원은 지급 여부가 경영 실적에 따라 달라지는 성과급은 이 임금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아 왔습니다.(출처: 대법원 판례 검색)
저도 처음에는 "직원이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인데 왜 임금이 아니냐"고 생각했는데, 법리적으로는 지급 조건이 사전에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 결정적 차이입니다.
이 논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임금성이 인정되는 경우: 근로 제공에 대한 대가로 사전에 지급이 확정된 금품 (기본급, 고정 수당 등)
- 임금성이 부정되는 경우: 경영 실적,재량에 따라 지급 여부가 달라지는 금품 (경영성과급, 인센티브 등)
- 단체교섭 가능 범위: 임금·근로시간,안전,복지 등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사항
물론 이 구분이 현장에서 체감되는 현실과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는 별개 문제입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영업이익이 수십조 원에 달하는 해에 직원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법 조문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논쟁에서 법리와 감정이 충돌할 때, 문제는 더 오래갑니다.
이익배분 구조와 투명성: 진짜 갈등의 뿌리
저는 이번 논란의 본질이 성과급 액수보다 투명성 부재에 있다고 봅니다.
솔직히 이건 제가 여러 기업 관련 기사를 보면서 꾸준히 느껴온 부분입니다.
국내 대기업에서 성과급 산정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논란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반도체 산업은 경기순환(Business Cycle)에 특히 민감합니다.
경기순환이란 경제 활동이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주기적 현상을 말하는데, 반도체 업계는 이 주기가 유독 가파릅니다.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수십조 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반면 2024년에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 급증으로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실적이 크게 반등했습니다.
HBM이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높인 차세대 메모리로, AI 서버 수요 증가와 함께 핵심 부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런 업황 변동성을 고려하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고정 기준으로 명문화하는 방식에는 저도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호황기에 설정한 기준이 불황기에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을 갉아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반도체처럼 장치산업(Capital-Intensive Industry)에서는 설비투자와 R&D가 경쟁력의 핵심인데, 여기서 장치산업이란 생산에 대규모 설비와 자본이 투입되는 산업을 뜻합니다.
삼성전자는 매년 50조 원 안팎을 설비투자에 쓰고 있습니다.(출처: 삼성전자 IR)
그렇다고 경총의 논리를 그대로 수긍하기도 어렵습니다. "경영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그 판단 과정이 직원들에게 전혀 공유되지 않는다면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제가 이 문제에서 계속 걸리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기준 없이 재량으로만 운영되면 좋은 해에도 "왜 이 정도밖에 안 주냐"는 불만이 나오고, 나쁜 해에도 "기준도 없이 깎았다"는 불신이 쌓입니다. 결국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와 신뢰의 문제입니다.
결국 이번 논란이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노사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성과급 산정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동조합은 영업이익 수치 하나에 집착하는 방식보다 기업의 투자 계획, 주주환원(ROE 기준 등), 업황 전망을 함께 고려한 현실적 요구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은 "경영 판단"이라는 말 뒤에 숨지 말고,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분배했는지를 구성원에게 설명할 책임이 있습니다.
같은 싸움이 매년 반복되는 건 어느 한쪽이 나빠서가 아니라, 투명한 규칙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 또는 노무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