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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보다가 갑자기 방금 친구와 나눈 대화 주제의 광고가 떴을 때, 저도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설마 마이크가 켜져 있는 건 아닐까. 그런데 직접 파고들어 보니 실제 원인은 생각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어쩌면 도청보다 무서운 이야기였습니다.
알고리즘이 당신을 예측하는 방식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이 대화를 엿듣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실제 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친구와 카페에서 여행 이야기를 나눈 뒤 여행 상품 광고가 연달아 뜬 적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정말 마이크가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모바일 보안 쪽 자료를 찾아보니 핵심은 음성이 아니라 데이터 패턴이었습니다.
음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서버에 전송하려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 트래픽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데이터 트래픽이란 기기가 네트워크를 통해 주고받는 정보의 총량을 말합니다.
상시 녹음이 이루어진다면 기기가 뜨거워지고 배터리가 눈에 띄게 빠르게 소모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용자가 눈치채지 못할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광고 알고리즘이 활용하는 건 행동 타기팅(Behavioral Targeting)입니다.
행동 타기팅이란 사용자의 검색 기록, 앱 사용 패턴, 특정 게시물에 머문 시간 같은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관심사를 예측하는 광고 기법입니다.
카페에서 함께 있었던 친구가 러닝화를 검색했다면, 알고리즘은 두 기기가 동일한 와이파이 환경 또는 GPS 좌표상 같은 위치에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저에게도 동일한 광고를 노출합니다. 소름이 돋는 건 도청 때문이 아니라 이 예측의 정확도 때문이었습니다.

기업들이 수집하는 정보는 생각보다 훨씬 촘촘합니다.
위치 정보, 와이파이 연결 기록, 결제 내역, 앱 내 스크롤 속도까지 초 단위로 쌓입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모델이 작동합니다.
머신러닝이란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패턴을 스스로 찾아내는 인공지능 기술로, 개인의 취향과 다음 행동을 사람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기도 합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 보니 메타나 구글 같은 플랫폼의 광고 설정 페이지에 들어가면 저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관심사 목록이 수십 개씩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가 검색한 기억도 없는 카테고리가 태그로 붙어 있었으니까요.
개인정보와 앱 권한,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할 것들
다만 음성 도청 가능성이 완전히 0은 아니라는 점도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일부 앱이 백그라운드 상태에서 특정 음성 키워드를 감지하는 웨이크워드(Wake Word) 기술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웨이크워드란 "헤이 시리", "오케이 구글"처럼 기기를 활성화하는 특정 음성 신호를 뜻하는데, 이 기능이 허용된 앱이 어떤 범위까지 작동하는지는 이용자가 직접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과거 해외 대형 광고 대행사의 내부 유출 문서에서 음성 인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광고 매칭 기술이 언급된 사실도 있어, 아주 낮은 가능성이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핵심은 우리가 앱을 설치할 때 무심코 승인하는 마이크 접근 권한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처음 앱을 깔 때 '허용' 버튼을 빠르게 누르는 습관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열어두게 됩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의 상당수가 앱 권한 요청의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인터넷진흥원). 권한을 한 번 허용하면 앱이 업데이트되어도 그 권한은 유지됩니다.
개인정보 보호위원회 역시 앱 설치 시 불필요한 권한 허용을 주의하고, 주기적으로 앱 접근 권한을 점검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개인정보 보호위원회). 제가 직접 스마트폰 설정을 열어 앱별 권한을 정리해 봤는데, 마이크와 위치 권한이 켜진 앱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굳이 필요 없는 앱에도 권한이 붙어 있었습니다.
지금 당장 점검할 수 있는 항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스마트폰 설정 > 개인정보 보호 메뉴에서 마이크 권한을 허용한 앱 목록 확인
- 위치 정보 접근 권한을 '앱 사용 중에만 허용'으로 제한
- 구글 계정 설정 > 데이터 및 개인 정보 보호에서 맞춤 광고 사용 해제
-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계정 설정에서 광고 환경설정 > 데이터 기반 광고 비활성화
- 자주 사용하지 않는 앱의 백그라운드 앱 새로고침 차단
'스마트폰이 도청한다'는 이야기가 자극적으로 퍼지는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 그 경험을 했을 때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실제로는 도청보다 우리가 스스로 허락한 데이터의 범위가 훨씬 더 광범위하다는 게 더 무서운 사실입니다.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어떤 권한을 열어뒀는지 파악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앱 권한 정리, 광고 설정 비활성화, 이 두 가지만 해도 체감이 꽤 달라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