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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가 보험료를 대신 내주는 시민안전보험, 제대로 알고 계십니까. 저도 꽤 오래전부터 이 제도가 있다는 건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어떤 사고가 났을 때 신청할 수 있는지,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알려진 것과 실제 혜택 사이에 꽤 큰 간극이 있다는 걸 이번에 데이터를 들여다보면서 실감했습니다.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는 건 좋은 신호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몰라서 못 받던 시절에서, 이제는 보험료가 걱정인 시절로
시민안전보험은 지자체가 보험사와 단체계약을 맺고 관내 주민 전체를 피보험자로 등록하는 공공보험입니다. 여기서 단체계약이란, 개인이 따로 가입하지 않아도 해당 지역에 주민등록이 돼 있으면 자동으로 보장 대상이 되는 방식을 말합니다. 별도로 가입하거나 보험료를 낼 필요가 없으니, 제도 자체의 취지는 납득이 갑니다.
실제로 10년 전 도입 초창기에는 신청자가 적어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따라다녔습니다. 제가 접한 데이터에서도 그 흔적이 보입니다. 익산시의 경우 2021년 보험금 신청 건수가 14건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129건으로 늘었고, 지급액도 3억 7,700만 원에 달했습니다. 같은 해 익산시가 보험사에 납입한 보험료가 1억 8,000만 원이었으니, 납입 대비 지급 비율이 2배를 넘겼습니다.
이 비율을 보험 업계에서는 손해율(Loss Ratio)이라고 합니다. 손해율이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이 수치가 100%를 넘으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익산시 사례에서 지자체 기준 손해율은 200%를 훌쩍 넘겼으니, 시민 입장에서는 훌륭한 결과처럼 보이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다음 계약에서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는 압박이 됩니다. 제가 처음 이 수치를 봤을 때, "이게 지속 가능한 구조인가"라는 의문이 바로 들었습니다.
- 익산시 2021년: 신청 14건 / 지급액 9,200만 원
- 익산시 2024년: 신청 129건 / 지급액 3억 7,700만 원 (납입 보험료 1억 8,000만 원)
- 군산시: 2023년 '상해사고 진단위로금' 항목 도입 이후 신청 급증, 올해 예산 6억 3,900만 원으로 5년 새 5배 이상 증가
군산시의 상황은 더 가파릅니다. '상해사고 진단위로금' 항목이 도입된 2023년을 기점으로 신청 건수와 지급액이 동시에 폭증했고, 올해 관련 예산은 6억 3,900만 원으로 5년 만에 다섯 배가 넘게 불어났습니다. 보험사가 계약을 기피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내용을 보고, 제도가 제대로 설계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처: MBC 보도)
보장범위를 줄이는 게 능사일까 — 손해율 너머의 문제
일반적으로 지출이 늘면 항목을 줄이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익산시도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올해 감전 사고, 뺑소니 피해 등 보장 항목 4개를 삭제했습니다. 명분은 "청구 실적이 없었고, 도 권고 필수 항목이 아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읽고 가장 걸렸던 게 바로 이 논리입니다.
청구가 없었다는 건 사고가 없었다는 뜻이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보장이 아닙니다. 보험의 본질은 낮은 확률로 발생하지만 한 번 생겼을 때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손해를 사회적으로 분산하는 데 있습니다. 이 개념을 리스크 풀링(Risk Pooling)이라고 합니다. 리스크 풀링이란 다수가 소액을 모아 소수의 큰 손해를 함께 부담하는 보험의 핵심 원리를 말합니다. 청구 실적만 보고 항목을 없애는 방식은 이 원리를 거스르는 셈입니다.
반면 군산시처럼 신청이 폭증한 '상해사고 진단위로금'은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직접 이 항목을 살펴봤을 때, 비교적 경미한 사고에도 진단서만 있으면 폭넓게 청구할 수 있는 구조여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우려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도덕적 해이란 보험 가입 이후 손실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줄거나 불필요한 청구가 늘어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모든 청구가 부정 청구라는 뜻이 아니라, 보장 설계 자체가 남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을 때 재정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결국 보장범위를 줄이든 예산을 늘리든 '땜질식 대응'만 반복하면 제도의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필요한 건 단순한 항목 조정이 아니라, 실제 사고 유형과 피해 규모를 기반으로 한 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입니다. 비용편익분석이란 정책에 투입되는 비용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편익을 수치로 비교해 정책의 효율성을 판단하는 방법론으로, 공공 지출의 합리성을 검증하는 데 핵심 도구로 쓰입니다. 이런 분석 없이 수요가 늘었다고 예산만 올리거나, 보험료가 비싸졌다고 항목만 줄이면 제도 자체가 표류하게 됩니다. (출처: 행정안전부)
시민안전보험 재설계, 어떤 방향이 현실적인가
제가 이번 사안을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건, 지자체마다 제각각으로 보험을 설계하고 계약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같은 사고 유형이라도 지역마다 보장액이 다르고, 보장 항목도 달라서 이사 한 번 가면 보장 수준이 뒤바뀌는 상황이 생깁니다.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관점에서 보면, 개별 지자체가 소규모로 계약하는 것보다 광역 단위 공동계약이나 전국 표준 보장 체계를 도입하면 보험료 단가를 낮출 여지가 충분합니다. 규모의 경제란 생산이나 계약 규모가 커질수록 단위당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를 말하며, 보험에서도 피보험자 수가 많아질수록 보험사의 리스크가 분산되어 보험료가 낮아지는 원리가 적용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미 많은 분야에서 광역 공동구매나 공동계약이 이뤄지고 있는데, 시민안전보험만큼은 지자체별로 따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전국 243개 지자체가 각자 계약한다면 협상력 자체가 분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도 재설계에서 제가 중요하다고 보는 방향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광역 또는 전국 단위 공동계약으로 보험사 협상력 강화 및 보험료 단가 인하
- 보장 항목별 청구 건수·지급액·사고 발생률 데이터를 공개해 투명성 확보
- 청구 실적 대신 사고 발생 시 개인 피해 규모를 기준으로 보장 유지 여부 결정
- 상해사고 진단위로금처럼 청구 문턱이 낮은 항목은 지급 기준을 구체화해 도덕적 해이 방지
- 보장 항목·금액·신청 방법을 주민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지자체 홈페이지와 앱에 상시 공개
마지막 항목이 사실 가장 기본적인 부분인데, 제가 직접 주변에 물어봤더니 시민안전보험 신청 방법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제도가 있어도 몰라서 신청을 못 한다면, 예산은 나가는데 혜택은 특정 사람만 받는 불공평한 결과가 생깁니다. 홍보 강화가 비용 대비 가장 효율 높은 개선책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시민안전보험은 따로 신청해서 가입해야 하나요?
A. 별도 가입은 필요 없습니다. 해당 지자체에 주민등록이 돼 있으면 자동으로 보장 대상이 됩니다. 보험료도 지자체가 전액 부담하기 때문에 개인이 낼 돈은 없습니다. 다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금 신청은 직접 해야 하며, 신청 방법은 거주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Q. 보험금 지급이 많아지면 왜 보장 항목이 줄어드나요?
A. 보험금 지급이 늘어날수록 손해율이 올라가고, 보험사는 다음 계약에서 보험료를 인상합니다. 지자체 예산에 한계가 있다 보니 인상된 보험료를 감당하면서 동시에 보장 항목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합니다. 일반적으로 이럴 때 지자체는 예산을 더 투입하거나 보장 항목을 줄이는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Q. 시민안전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사고 종류는 어떻게 되나요?
A. 보장 항목은 지자체마다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자연재해 피해, 대중교통 사고, 화재, 폭발, 붕괴 사고 등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고, 일부 지자체는 상해사고 진단위로금, 감전 사고, 뺑소니 피해 등을 추가로 보장하기도 합니다. 거주 지자체마다 보장 범위가 달라 이사 후에는 새로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Q. 지자체 공동계약으로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는 게 실제로 가능한 얘긴가요?
A.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피보험자 수가 많아질수록 보험사 입장에서 리스크가 분산되어 단위당 보험료를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공공조달 분야에서는 광역 공동구매로 단가를 낮추는 사례가 이미 존재합니다. 다만 지자체마다 보장 항목과 예산 규모가 달라 표준화 과정에서 이해관계 조율이 필요한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결론
시민안전보험이 도입 초기보다 훨씬 실질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번 데이터를 살펴보면서 느낀 건, 보험금 지급액이 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제도를 성공이라고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점이었습니다. 손해율이 오르면 보장이 줄고, 보장이 줄면 제도의 의미가 퇴색되는 악순환은 지금 당장 검토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손쓰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지자체별 실제 사고 데이터와 보험금 지급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꼭 필요한 보장은 유지하면서 광역 공동계약 등을 통해 비용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설계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거주 지역의 시민안전보험 보장 항목과 신청 방법은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지금 바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659/0000046384?ntype=RANK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