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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다 계약이 끊기고 실업급여를 받은 뒤 다시 같은 회사에 들어가는 사례를 여러 번 봤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그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같은 사업장에서 퇴사와 재입사를 21번 반복하며 누적 1억400만원을 받은 사례가 실제로 있다는 걸 알고 나서, 제가 막연하게 갖고 있던 '실업급여는 착한 제도'라는 인식에 처음으로 균열이 생겼습니다.

반복수급자,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
실업급여를 정식 명칭으로는 구직급여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구직급여란, 고용보험 피보험자가 비자발적으로 이직한 뒤 재취업 활동을 하는 동안 지급되는 급여를 말합니다.
단순히 '백수 지원금'이 아니라, 다시 노동시장으로 돌아가기 위한 유예기간을 보장해주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구직급여 수급자 172만2000명 가운데 최근 5년 이내 2회 이상 받은 반복수급자가 49만6000명으로, 전체의 28.8%에 달했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수급자 10명 중 3명꼴입니다. 제가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예상보다 훨씬 높아서 잠깐 멈칫했습니다.
더 들여다보면, 동일 사업장에서 구직급여를 3회 이상 받은 사람이 2만1537명, 5회 이상 받은 사람은 7033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2019년에 동일 사업장 3회 이상 수급자가 9000명 수준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6년 만에 2.4배로 불어난 셈입니다.
올해는 5월까지만 벌써 1만1868명이 수급해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큽니다.
이 숫자를 두고 "부정수급이 그만큼 많다"고 바로 결론 내리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같은 회사를 들락날락하는 배경에는 계절적 고용구조나 단기 프로젝트 중심의 산업 특성이 얽혀 있는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문제는, 현행 제도상 피보험 단위 기간이 이직 전 18개월 내 180일 이상이면 구직급여 수급 자격이 생기는데, 반복 수급 횟수를 제한하는 규정이 아예 없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피보험 단위 기간이란, 고용보험에 가입된 상태로 실제로 근무한 날수를 의미합니다.
사실상 조건만 맞추면 횟수 제한 없이 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 2019년 동일 사업장 3회 이상 수급자: 약 9,000명
- 2024년 동일 사업장 3회 이상 수급자: 2만1,835명 (역대 최대)
- 2025년 5월 기준 이미 1만1,868명 수급 — 연간 최대 갱신 가능성
- 현행 제도: 반복 수급 횟수 제한 규정 없음
제도 개선, 어느 방향이 맞는가
"반복수급자를 무조건 차단해야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방향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약직, 일용직, 단기 프로젝트 근로자처럼 고용 자체가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분들도 반복수급 통계 안에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국정책학회보에 실린 논문 '실업급여 반복수급 효과 분석과 정책제언'을 보면, 3회 이상 반복 수급 집단에서는 구직급여 지급이 근로성과를 개선하지도 악화시키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이들이 구조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한 계층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출처: 한국정책학회).
제가 이 연구를 읽으면서 느낀 건, 반복수급 문제는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의 문제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21번 퇴사·재입사를 반복하며 1억원 넘게 수령한 사례까지 같은 선상에 놓고 보호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 생각에는, 반복수급자를 두 유형으로 나눠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고용보험 시스템 안에서 의도적으로 수급 요건을 맞추는 경우와, 구조적 실직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경우를 같은 잣대로 묶는 건 행정적으로도 불합리합니다.
한편 정부는 내년부터 구직급여 하한액을 하루 6만6048원에서 6만8480원으로 인상하고, 청년 자발적 이직자에게도 생애 1회 구직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여기서 구직급여 하한액이란, 임금 수준과 무관하게 모든 수급자에게 보장되는 최소 일일 급여액으로, 현행 제도상 최저임금의 80%에 연동됩니다. 지원을 넓히는 방향 자체는 맞다고 보지만, 재원이 되는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을 동시에 관리하지 않으면 언젠가 제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제도가 진짜 해야 할 일
저는 실업급여를 줄이는 것이 답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복수급자 가운데 구조적 실직자를 조기에 걸러내어 직업훈련, 취업 알선, 고용유지 지원 같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 연결하는 것이 더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란, 현금 지급에 그치지 않고 구직자가 실제로 취업 역량을 키우고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을 통칭합니다. 돈을 계속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안정적인 일자리로 복귀하는 것이 실업급여 제도의 본래 취지이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같은 회사에서 실업급여를 여러 번 받는 게 불법인가요?
A. 현행법상 불법이 아닙니다.
이직 전 18개월 안에 피보험 단위 기간이 180일 이상이면 수급 자격이 생기는데, 반복 수급 횟수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고용주와 근로자가 의도적으로 수급 요건을 맞추는 경우는 부정수급으로 볼 수 있어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Q. 반복수급자라고 해서 실업급여를 무조건 적게 받게 되나요?
A. 현재는 반복 수급 횟수에 따라 지급액을 줄이는 제도적 장치가 없습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3회 이상 반복수급자에 대해서는 지급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향후 제도 개선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Q. 2026년 실업급여 하한액은 얼마인가요?
A. 2027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되면서, 최저임금 80%에 연동되는 구직급여 하한액은 하루 6만6048원에서 6만8480원으로 2432원 인상됩니다. 최저임금 인상분이 구직급여 하한액에 자동으로 반영되는 구조입니다.
Q. 계약직은 반복수급이 어쩔 수 없는 건가요?
A. 계약직이나 단기근로자처럼 고용 자체가 불안정한 경우, 구조적으로 반복 실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국정책학회 연구에서도 3회 이상 반복수급자 집단이 구조적 고용 불안층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 바 있어, 단순히 반복 횟수만으로 이들을 제도 악용자로 분류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결론
제가 이 주제를 들여다보면서 든 생각은, 실업급여 제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갑자기 일자리를 잃었을 때 버틸 수 있는 안전망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만 동일 사업장에서 수십 차례 퇴사·재입사를 반복하는 구조가 사실상 묵인되고 있다는 점은, 제도의 취지와 현실 사이에 분명히 틈이 생겼다는 신호라고 봅니다.
반복수급자를 한 덩어리로 묶어 지급을 일괄 제한하는 방향보다는, 고의적 반복수급과 구조적 실직을 세밀하게 구분하고 후자에 대해서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 연결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도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두텁게 작동하고, 악용되는 지점은 철저히 관리될 때 실업급여는 비로소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15/0005321457?ntype=RANK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