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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인종차별 (눈 찢기, 공개 사과, 혐오 표현)

by 제비엄마 2026.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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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한국-체코 조별리그 경기장에서 한국인 관중을 향해 '눈 찢기' 동작을 한 멕시코인 남성이 공개 사과와 함께 협회장직에서 사퇴했습니다. 처음 영상을 봤을 때 저는 '설마 저게 진짜야?'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2025년, 전 세계가 지켜보는 월드컵 경기장에서 저런 장면을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눈 찢기 사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12일(한국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체코의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 중 일이었습니다.
경기를 현장에서 관람하던 한국인 인플루언서 윤모씨가 SNS에 응원 영상을 올렸는데, 그 영상 속에 뒤에 앉아 있던 멕시코 남성이 양손으로 눈꼬리를 잡아당기는 동작을 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윤씨는 영상을 올린 뒤 "월드컵을 보기 위해 전 세계를 여행했는데 인종차별을 경험했다"는 글을 함께 게시했습니다.
제가 직접 그 영상을 찾아봤는데, 남성의 행동이 너무 대놓고 드러나 있어서 오히려 더 당혹스러웠습니다.
숨길 생각조차 없었던 건지,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데도 전혀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누리꾼들이 해당 남성을 울리세스 페르난도 베르날 미라몬테스로 특정하면서 논란은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그는 멕시코 할리스코주 측량·지리 공학기술자협회(CITGEJ) 회장직을 맡고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일반 관중이 아니라 전문직 단체의 대표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강도는 더욱 세졌습니다.

공개 사과와 협회장 사퇴, 책임지는 방식

논란이 커지자 베르날 미라몬테스는 SNS를 통해 공개 사과 영상을 올렸습니다.
그는 "외국인이 멕시코를 찾으면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함을 느끼길 바라는데, 나는 정반대의 행동을 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어 피해를 입은 한국인과 한국 사회,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동의하지 않는 모든 멕시코인에게도 사과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단순한 말 사과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는 사퇴서를 제출하며 "이번 일은 전적으로 개인의 행동에 따른 것이며, 기관과는 무관하다. 모든 책임을 감수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윤씨에게 직접 연락해 대면 사과하는 방법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서 복잡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사과와 사퇴 자체는 분명히 올바른 방향이지만, 이미 상처를 받은 사람의 마음이 그렇다고 쉽게 회복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어떤 차별적 발언이나 행동을 당한 뒤에는 가해자의 사과보다 그 순간의 기억이 훨씬 오래 남습니다.
그럼에도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최소한의 도리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FIFA의 대응 방식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FIFA는 경기장 내 차별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Zero-Tolerance Policy)'을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무관용 원칙이란 인종, 민족, 성별, 종교 등에 기반한 차별적 행동에 대해 경고나 감경 없이 즉각 제재를 가하는 방침을 뜻합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FIFA 차원의 공식 대응이 신속하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습니다.
(출처: FIFA 공식 사이트

혐오 표현이 왜 이렇게 심각한 문제인가

이번 사건에서 행해진 '눈 찢기' 동작은 단순한 몸짓이 아닙니다.
이는 아시아인, 특히 동아시아인을 향한 대표적인 인종차별적 혐오 표현(Hate Expression)으로 오랫동안 분류되어 온 행동입니다.
혐오 표현이란 특정 집단의 고유한 외모나 특성을 조롱·비하함으로써 그 집단에 속한 사람에게 심리적 위해를 가하는 언어적·비언어적 행위를 가리킵니다.그래서 문제가 심각해 진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아시아인을 향한 혐오 범죄(Anti-Asian Hate Crime) 발생 건수가 급격히 늘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습니다. 혐오 범죄란 피해자의 인종, 민족, 종교 등 특정 정체성을 표적으로 삼아 저지르는 범죄 행위입니다.
미국 내 아시아계 대상 혐오 범죄는 2020년 이후 급증했으며, (출처: FBI 혐오 범죄 통계
이런 흐름은 스포츠 현장도 예외가 아님을 이번 사건이 다시 한번 보여줬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특히 마음이 불편했던 이유는, 해당 행동이 '장난'이나 '해프닝'으로 축소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 일부 반응은 "별거 아닌 걸 너무 예민하게 본다"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런 류의 반응이야말로 피해자를 두 번 상처 입히는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이번 사건이 특히 예민하게 받아들여진 또 다른 이유는 장소가 FIFA 월드컵이라는 점입니다.
FIFA 월드컵은 단순한 축구 대회가 아니라 전 세계인이 국적을 초월해 모이는 국제적인 문화 행사입니다.
그 자리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행위는 스포츠맨십(Sportsmanship), 즉 경쟁 상대와 관중 모두를 존중하는 스포츠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기장 내에서 인종차별적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경기장 진입 전 관중 대상 반차별 교육 및 안내 강화
  • 인종차별 행위 발생 시 즉각적인 퇴장 조치 및 입장 금지 제재
  • 피해자 보호를 위한 현장 대응 창구 마련
  • FIFA 차원의 사후 제재 및 공식 입장 발표 신속화

멕시코 사회의 반응과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이번 사건에서 제가 주목한 또 하나의 지점은 멕시코 내부의 반응이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처음에는 멕시코 현지 반응이 어떨지 걱정됐습니다.
자국민을 감싸는 여론이 압도적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실제 반응은 달랐습니다.
멕시코 매체 '엘 우니베르살'을 포함해 현지 언론이 비판적으로 보도했고, 많은 멕시코 시민들이 해당 행동을 잘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을 멕시코라는 국가 전체의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시각은 경계해야 합니다.
잘못을 저지른 것은 개인이고, 그 개인의 행동을 나라 전체에 씌우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편견이 될 수 있습니다.
국가 간 갈등으로 번지는 것보다 개인의 책임을 명확히 묻고 국제 사회가 함께 반차별 문화를 강화하는 방향이 훨씬 건설적입니다.

한편 이번 사건이 온라인에서 번지는 과정에서 당사자 신상 공개와 함께 그 가족과 주변인에게까지 공격이 확산됐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잘못된 행동에 대한 비판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이 무분별한 신상털기나 제3자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는 것은 분명히 다른 문제입니다.
이른바 사이버 린치(Cyber Lynch), 즉 온라인 공간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몰아붙이는 현상은 정의를 실현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책임을 묻는 것과 무분별한 공격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FIFA를 비롯한 국제 스포츠 기구들이 인종차별 행위에 더 엄격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스포츠 현장에서의 차별은 피해자 한 명에게 상처를 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경기장을 가득 채운, 그리고 화면 너머에서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자리에서 당신은 존중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축구장만큼은, 국적도 인종도 아닌 공만 바라보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03/0014006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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