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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를 쓰면 골목상권이 살아날까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인천e음에 8년간 1조6천250억원의 세금을 쏟아붓고도, 정작 혜택이 몰린 곳은 동네 식당이 아니라 학원과 주유소였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결제액 숫자는 커졌는데 골목상권 매출이 늘었다는 증거는 없는 상황, 이게 성공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을지 솔직히 헷갈렸습니다.

8년 예산 1.6조, 그런데 골목에 돈이 갔을까
인천e음은 2018년 '인처너카드(INCHEONer Card)'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인천 지역사랑상품권입니다. 지역사랑상품권이란 특정 지자체 내 가맹점에서만 사용 가능한 지역 한정 결제수단으로, 소비를 지역 안에 묶어두는 것이 핵심 목적입니다. 인천시는 2019년부터 2026년까지 이 카드에 총 1조6천25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지원했습니다.
이 예산의 대부분은 캐시백 재원으로 쓰였습니다. 캐시백이란 결제금액의 일정 비율을 현금처럼 돌려주는 소비 인센티브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꽤 매력적인 구조인데, 제가 처음 지역화폐를 접했을 때도 "어차피 쓸 돈이라면 조금이라도 돌려받는 게 낫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문제는 바로 그 '어차피 쓸 돈'에 있었습니다. 올해 5월부터 7월16일까지 캐시백 비율이 20%로 올라간 기간 동안 학원비와 주유비 결제액은 이전 3개월 대비 193.7%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나머지 업종의 증가율인 112.5%의 거의 두 배 수준입니다. 전통시장이나 동네 소상공인이 아니라, 매달 고정으로 지출하는 비용에 캐시백이 집중된 셈입니다.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김상봉 교수는 이를 두고 "써야 할 돈의 지급 수단만 바뀌었을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출처: 경인일보). 저도 이 분석이 맞다고 봅니다. 학원비를 신용카드 대신 인천e음으로 바꿔 냈다고 해서 지역 경제에 새로운 소비가 만들어진 건 아니니까요.
- 2019~2026년 인천e음 총 편성 예산: 1조6천250억원
- 캐시백 20% 기간(5~7월) 학원·주유 결제 증가율: 193.7%
- 동기간 기타 업종 결제 증가율: 112.5%
- 캐시백 중단 직후(7월 16~30일) 1일 평균 결제액: 231억5천만원 → 63억원(-72.8%)
캐시백 비율이 흔들릴수록 결제액도 흔들렸다
지역화폐 정책에서 캐시백 비율은 일종의 유인 인센티브(incentive)입니다. 여기서 유인 인센티브란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제공하는 금전적 보상을 뜻합니다. 문제는 이 인센티브가 정치적·재정적 상황에 따라 너무 자주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실제 흐름을 보면 패턴이 뚜렷합니다. 2022년 7월 캐시백이 10%에서 5%로 줄고 월 결제 한도가 5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축소되자, 한 달 만에 결제액이 4천698억원에서 3천526억원으로 24.9% 빠졌습니다. 같은 해 10월 연 매출 3억원 이하 업종에만 10% 캐시백을 유지하기로 하자 월 결제액은 2천663억원으로 또 줄었습니다. 반대로 올해 5월 캐시백이 20%로 오르자 결제액은 4월 2천326억원에서 5월 5천257억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습니다.
제가 직접 이런 정책 변화를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이 정도 수준이면 지역화폐가 '생활 속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은 게 아니라 캐시백 혜택을 쫓아 사용량이 오가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행동이지만, 정책 입안자 입장에서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런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구축 효과(crowding-out effect)'와 연결지어 볼 수 있습니다. 구축 효과란 공공 지출이 민간 소비를 대체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세금으로 캐시백을 지급했는데 새로운 소비를 만들지 못하고 기존 소비의 결제수단만 바꿨다면, 정책 효율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부산 빅데이터 혁신센터가 2022년부터 캐시백 인센티브와 지역화폐 활성화의 실제 연관성을 분석해오고 있는 것도 이런 의구심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입니다(출처: 부산 빅데이터 혁신센터).
골목상권을 살리는 '시즌2',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지역화폐를 오래 운영한 만큼 '어느 가맹점에서 얼마가 결제됐는지' 데이터는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인천시 관계자는 현재 업종별 결제액 빅데이터만으로는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 활성화 효과를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인정했습니다. 가맹점 위치 기반 결제 데이터를 별도로 분석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부분이 제 경험상 가장 답답한 지점입니다. 8년, 1.6조라는 규모를 감안하면 지금쯤 정책 효과를 정량적으로 검증(verification)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정량적 검증이란 수치 데이터를 통해 정책 목표 달성 여부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작업입니다. 단순히 결제 총액이 늘었다는 것과, 동네 상권 매출이 실제로 증가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시즌2'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우선 캐시백 차등 적용입니다. 전통시장이나 연 매출이 낮은 소규모 상점에는 높은 캐시백을 유지하되, 학원이나 주유소처럼 이미 소비가 집중되는 업종에는 혜택을 낮추는 방식입니다. 한정된 예산이 골목으로 흘러가도록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핵심입니다.
다음으로 지역 단위 매출 데이터 공개입니다. 캐시백 1만원을 지급했을 때 전통시장 가맹점 매출이 실제로 얼마나 증가했는지, 어느 동네 상권에 효과가 집중됐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정책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마지막으로 캐시백 비율의 안정화입니다. 재정 여건이나 선거 주기에 따라 혜택이 오락가락하는 구조에서는 소비자도, 소상공인도 인천e음을 믿고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최소한 연간 단위의 예측 가능한 운영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인천e음 캐시백은 지금도 받을 수 있나요?
A. 2025년 7월16일을 기점으로 20% 캐시백 지급이 중단되었고, 이후 1일 평균 결제액이 72.8% 급감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현재 정확한 캐시백 조건은 인천시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캐시백 비율이 정치·재정 여건에 따라 자주 바뀌어왔기 때문에, 한 번 확인해두고 오래 믿는 건 위험합니다.
Q. 지역화폐로 학원비나 주유비를 결제하는 게 문제인가요?
A. 소비자 개인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정책 설계 차원에서, 세금으로 지원한 캐시백이 골목상권 활성화라는 원래 목적 대신 고정지출 결제에 집중됐다는 점입니다. 이는 지역 경제에 새로운 소비를 만들어냈는지 의문을 남기게 됩니다. 제 경우에도 솔직히 같은 조건이라면 캐시백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에 먼저 사용했을 것 같습니다.
Q. 다른 지자체 지역화폐는 효과가 있나요?
A. 지역화폐 효과에 대해서는 "골목상권 매출이 늘었다"는 긍정적 시각과 "결제수단 대체에 불과하다"는 회의적 시각이 공존합니다. 부산 빅데이터 혁신센터가 2022년부터 캐시백 인센티브와 지역화폐 실제 활성화의 연관성을 분석해오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지자체마다 설계 방식과 가맹점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일괄 비교는 어렵고 각 지역의 데이터를 직접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인천e음을 아예 폐지하는 게 나을까요?
A. 저는 폐지보다 구조 개편이 먼저라고 봅니다. 지역화폐 자체가 나쁜 제도는 아니고, 설계 방식과 데이터 검증 체계가 문제입니다. 8년간 쌓인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효과가 높았던 업종·지역은 강화하고, 세금 낭비로 이어진 부분은 과감히 손보는 '시즌2'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좋은 정책은 돈을 많이 쓰는 정책이 아니라, 같은 세금으로 얼마나 명확한 효과를 만들어냈는지 증명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천e음은 8년이라는 시간과 1.6조라는 예산을 거쳤지만, 아직 "골목상권 매출이 실제로 올랐다"는 정량적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정도 규모면 이미 그 데이터가 나왔어야 합니다.
캐시백 비율을 올릴 때마다 결제액이 뛰고, 줄이면 곤두박질치는 구조는 제도가 소비자 생활에 뿌리내린 것이 아니라 혜택에 의존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제는 무조건 유지하거나 없애는 논쟁보다, 실제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골목상권에 효과가 집중되도록 구조를 뜯어고치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666/0000122209?cds=news_media_pc&type=edi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