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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저는 이 경기를 보기 전까지 노르웨이는 첫경기 라서 잉글랜드가 편하게 이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경기를 다 보고 나니 오히려 더 많은 질문이 생겼습니다.
벨링엄이 없었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 그리고 우승을 노리는 팀이 이런 방식으로 계속 가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요.

경기 흐름과 벨링엄의 결정적 역할

저는 오늘 경기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이거 잉글랜드가 지는 거 아닌가?"였습니다.
전반전 내내 노르웨이는 로우 블록(low block) 수비를 가동했습니다.
로우 블록이란 수비 라인을 자진형으로 낮게 내리고 상대 공격 공간을 최대한 압축하는 전술로, 상대적으로 열세인 팀이 강팀을 상대할 때 흔히 쓰는 방법입니다. 노르웨이는 이를 통해 잉글랜드 윙어들이 받을 수 있는 공간을 철저하게 차단했고, 잉글랜드의 공격은 28분이 될 때까지 유효 슈팅 한 번 나오지 않을 정도로 막혔습니다.

그러다 전반 36분, 안드레아스 셀데루프가 외데고르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 박스 왼쪽 안에서 왼발슛을 터뜨렸고 공은 골대를 맞고 들어갔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그 골 이후 잉글랜드 선수들 표정이 꽤 굳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분위기가 완전히 노르웨이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이 위기를 끊어낸 건 주드 벨링엄이었습니다.
전반 추가시간 47분, 고든의 낮고 강한 크로스를 받은 벨링엄이 박스 안으로 돌파해 왼발 슈팅을 성공시키며 1-1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연장 전반 3분에도 로저스의 중거리 슈팅이 골키퍼에 막히고 흘러나오자 벨링엄이 쇄도하며 결승골을 꽂았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만 벨링엄이 기록한 골은 총 6골로, 득점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메시(아르헨티나), 음바페(프랑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입니다. (출처: FIFA 공식 홈페이지).

제 경험상, 이런 선수를 '해결사'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히 골을 넣는 게 아니라 팀 전체의 심리를 바꿔놓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벨링엄이 동점골을 터뜨리는 순간 잉글랜드 선수들이 한순간에 생기를 되찾는 걸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눈에 띈 전술적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노르웨이 로우 블록 수비의 효과: 전반 28분까지 잉글랜드 슈팅 0개
  • 벨링엄의 골: 전반 추가시간 동점골 + 연장 전반 결승골로 경기 흐름 2회 전환
  • 투헬 감독의 후반 교체: 사카, 에제 투입으로 측면 변화 시도, 연장 후반엔 5백 전환으로 수비 전환
  • VAR(Video Assistant Referee) 판독: 노르웨이 후반 득점 취소 + 잉글랜드 페널티킥 취소 등 결정적 장면에서 2회 개입

VAR이란 경기 중 심판의 결정을 영상으로 재검토하는 시스템으로, 이번 경기에서는 두 팀 모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후반에 노르웨이 헤겜의 골이 VAR로 취소된 장면은 경기 결과를 바꿀 수도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팀 전술의 한계, 그리고 노르웨이의 가능성

솔직히 이번 경기를 보면서 한 가지 불편한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우승을 노리는 팀이 벨링엄 한 명에게 이렇게까지 의존해도 되는 걸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후반에는 노르웨이가 경기를 완전히 주도했고, 잉글랜드는 급격한 체력 저하와 함께 공격 전개에서 뚜렷한 해법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축구에서 말하는 프레싱(pressing)이란 상대 볼 소유 시 집단적으로 압박을 가해 실수를 유도하는 전술입니다.
노르웨이는 후반에 이 프레싱을 강하게 끌어올려 잉글랜드의 빌드업 자체를 막아버렸습니다.
잉글랜드가 후반 내내 답답한 공격을 이어간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이건 개인 기량보다 전술 싸움에서 노르웨이가 확실히 앞섰다고 느꼈습니다.

사실 노르웨이는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인상 깊은 팀 중 하나였습니다.
1998년 이후 28년 만에 본선 무대에 돌아왔지만 세네갈, 이라크를 대파하고 조기에 16강을 확정한 것도 모자라, 16강에서는 우승 후보였던 브라질마저 격침시켰습니다.
엘링 홀란은 이번 대회 앞선 4경기에서 7골을 폭발시키며 메시, 음바페와 함께 득점왕 레이스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UEFA(유럽축구연맹)는 이번 대회에서 노르웨이의 조직력을 이미 주목한 바 있습니다(출처: UEFA 공식 홈페이지).

제 생각에 노르웨이가 비록 8강에서 멈췄지만, 이 팀의 가능성은 결과와 별개입니다.
홀란과 마르틴 외데고르라는 월드클래스 자원을 보유한 데다, 세트피스(set-piece) — 즉 코너킥, 프리킥 등 정지된 공에서 시작하는 플레이 — 에서 반복적으로 위협을 만들어내는 조직력까지 갖췄습니다. 이번 월드컵을 기점으로 앞으로 국제 대회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위협할 팀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반면 잉글랜드는 케인-벨링엄이라는 강력한 투톱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토너먼트 내내 콩고민주공화국, 멕시코, 노르웨이를 상대로 힘겨운 경기를 반복해왔습니다. 조직적인 팀 전술보다는 특정 선수의 개인 역량에 기댄 순간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 제가 직접 경기를 보며 가진 솔직한 인상입니다.

결국 잉글랜드가 1966년 이후 60년 만의 우승을 이루려면, 지금처럼 벨링엄이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4강 상대는 아르헨티나 혹은 스위스가 될 텐데, 어느 쪽이 올라오든 지금의 경기력을 그대로 가져가면 같은 위기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투헬 감독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가 이 대회의 진짜 변수가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가장 흥미롭게 볼 포인트는 이름값이 아닌 팀의 전술 완성도입니다.
유럽 축구의 수준이 평준화된 지금, 조직력 없이 스타 의존만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기는 점점 더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잉글랜드가 이번 대회에서 60년의 기다림을 끝낼 수 있을지, 앞으로의 경기가 더 기대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