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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켜놓고 다른 일을 하다가 화면을 봤을 때 지수가 5% 넘게 빠져 있는 걸 목격한 적 있으신가요. 저는 오늘 그 경험을 했습니다. 10월 13일 코스피가 348.89포인트 하락해 6035.35로 마감했고, 장중에는 5911.11까지 밀리며 6000선이 무너지는 장면을 그대로 지켜봤습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이 시장을 지배하던 분위기가 하루 만에 뒤집혔습니다.

외국인 매도와 수급 충격의 실체

일반적으로 외국인이 팔면 개인과 기관이 받아주면서 낙폭이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오늘처럼 매도 규모 자체가 압도적일 때는 그 공식이 잘 통하지 않습니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1531억원어치 현물 주식을 순매도했습니다. 개인이 2조9096억원, 기관이 1조7678억원을 사들였지만 낙폭을 일부 줄이는 데 그쳤습니다. 솔직히 이 숫자를 보고 좀 놀랐습니다. 하루 매도 규모로는 꽤 이례적인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오전 9시 47분에는 매도 사이드카(Sidecar)가 발동됐습니다. 여기서 사이드카란 선물 가격이 기준가 대비 5% 이상 급등락할 때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정지시키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시장이 너무 빠르게 움직일 때 잠깐 브레이크를 거는 안전장치입니다. 그런데 이 장치가 발동됐음에도 투매가 진정되지 않았다는 게 이날 장의 분위기를 잘 보여줍니다.

외국인의 매도 이유가 모두 개별 재료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글로벌 자산 배분 조정이나 원·달러 환율 변화, 위험자산 선호도 변화 같은 거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8.69원 오른 1344.5원을 기록했습니다. 환율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원화 자산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날 수급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외국인: 코스피 현물 5조1531억원 순매도, 코스피200선물 231억원 순매도
  • 개인: 코스피 현물 2조9096억원 순매수
  • 기관: 코스피 현물 1조7678억원 순매수
  • 기타법인: 4527억원 순매수

개인이 급락 시 매수에 나서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저렴해졌다고 판단하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실적 전망이 더 크게 나빠진다면 추가 하락이 나타날 수 있고, 신용거래나 레버리지 상품을 활용 중이라면 손실이 예상보다 빠르게 불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하락과 CXMT 리스크, 어디까지 봐야 할까

이날 하락의 중심에는 삼성전자(-7.39%)와 SK하이닉스(-10.09%)가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화면을 보면서 SK하이닉스가 10% 넘게 빠지는 걸 확인했을 때는 꽤 당혹스러웠습니다. 코스피 상승을 이끌던 대표 종목들이 하루 만에 지수 하락의 핵심 원인이 되어버린 겁니다.

직접적인 트리거는 중국 창신메모리반도체(CXMT)의 기술 진전 소식이었습니다. CXMT가 DDR5 제조 기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고 주장하며 연내 서버용 제품 출시 계획까지 알려졌습니다. 여기서 DDR5란 현세대 메모리 반도체 규격 중 가장 빠른 속도를 구현하는 D램 표준입니다. 서버용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기반 기술이기도 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독점에 가깝게 공급하는 핵심 영역입니다.

일반적으로 중국 반도체 업체의 기술 발표가 나오면 시장이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제 경험상 최근 들어 이 공식이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중국 업체들의 기술 격차가 실제로 좁혀지고 있다는 인식이 투자심리에 깔리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는 주장과 실제 상업적 공급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제조 수율(Yield)이 이를 잘 설명해 줍니다. 수율이란 전체 생산된 반도체 중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제품의 비율을 말하는데, 이게 낮으면 원가 경쟁력이 없어 대규모 공급이 불가능합니다. 여기에 글로벌 고객사 품질 인증, 생산 능력 확보, 장기 공급 신뢰성까지 검증해야 할 조건이 산적해 있습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 관한 동향은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단기간에 경쟁력을 잃지 않는다는 근거도 여기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SK하이닉스의 지분을 다수 보유한 SK스퀘어가 이날 12.91% 급락한 것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처럼 대형 지주사나 관계사까지 연쇄적으로 하락하면 시장 전체의 투자심리가 악화되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상승 전환에 성공해 3.02% 오르며 반도체 외 섹터로의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도 보여줬습니다.

코스피 시장 전체의 수급 및 외국인 동향 데이터는 한국거래소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단기 등락에 흔들리기보다 수급 흐름의 추세를 꾸준히 체크하는 습관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코스피가 하루에 5% 넘게 빠지는 날일수록 판단을 서두르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오늘 장을 보면서 "이건 저가 매수 기회"와 "이건 추가 하락의 시작" 중 어느 쪽도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앞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이 실제로 하향 조정되는지,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는지를 확인한 뒤 판단해도 늦지 않습니다. 급락한 날일수록 원칙 없이 움직이면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 하루였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반드시 본인의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341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