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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6000선 아래로 내려앉고 서킷 브레이커까지 발동된 날, 저도 화면을 보며 손이 떨렸습니다.
증권사들은 일제히 "지금이 바닥"이라고 외치고 있었고, 저는 그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동안 고민했습니다.
이 글은 그 고민의 흔적입니다.

과매도 신호, 숫자는 뭐라고 말하는가

솔직히 이번 하락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다음 날 또다시 매도 사이드카가 걸렸을 때, 저는 잠깐 멘탈이 흔들렸습니다.
사이드카란 프로그램 매매로 인한 급격한 가격 변동을 일시적으로 막기 위해 매도 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시장이 너무 빠르게 무너지는 것을 잠깐 멈추는 안전장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증권사 리서치가 눈에 띄었습니다.
공통적으로 언급된 지표가 PER이었는데, PER(주가수익비율)이란 현재 주가가 기업의 연간 순이익 대비 몇 배에 거래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현재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이 5.4배 수준까지 내려왔다는 분석이 나왔는데, 이 수치는 과매도 임계선 아래로 내려간 것입니다.
제가 직접 찾아봤는데, 한국거래소 통계를 기준으로 코스피 PER이 이 수준에 도달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코로나 초기 외에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출처: 한국거래소).

또 하나 주목한 지표는 PBR입니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이란 현재 주가가 기업의 순자산 가치, 즉 장부상 자기자본 대비 몇 배에 거래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PBR이 1.0배 미만이라는 건 시장이 해당 기업을 장부 가치보다 싸게 팔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코스피가 바로 이 구간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과거 PBR 1.0배 이하에서 매수했더라면"이라는 말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오래된 교훈처럼 내려오는데, 저도 그 교훈을 직접 체감한 경험이 몇 번 있습니다.

과매도 여부를 판단할 때 흔히 함께 보는 기술적 지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RSI(상대강도지수): 일반적으로 30 이하면 과매도 구간으로 판단하며, 현재 다수 종목이 이 기준 이하에 위치
  • 이격도: 주가가 이동평균선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나타내며, 지나친 이격은 되돌림 가능성을 시사
  • 선행 PER: 향후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으로 산출하며, 5배 초반은 역사적 저점 수준

여기서 RSI(상대강도지수)란 일정 기간 동안 주가가 오른 날과 내린 날의 비율을 계산해 현재 시장의 매수·매도 강도를 0~100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단기 과열이나 과매도를 판단할 때 많이 활용됩니다.

물론 "지표가 낮다고 무조건 오른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말에 반은 동의하고 반은 유보합니다. 지표는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지, 타이밍을 보장하는 신호등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점 판단과 밸류에이션,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지금 팔면 후회한다"는 표현이 증권가에서 나왔을 때, 저는 반가우면서도 다소 불편했습니다.
시장이 급락할 때마다 저점이라는 분석이 쏟아지고, 반대로 급등하면 목표지수를 올리는 일이 반복된다는 걸 몇 년 시장을 지켜보면서 몸으로 익혔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번 분석들을 무시하기엔 근거가 꽤 탄탄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ROE(자기자본이익률)가 20%를 넘는 수준에서 PBR이 1.0배 미만이라는 조합은 제가 직접 과거 데이터를 찾아봤을 때도 흔히 보기 어려운 조합입니다. ROE란 기업이 주주가 맡긴 자본으로 얼마나 많은 이익을 냈는지를 백분율로 나타낸 지표입니다.
ROE가 높을수록 자본 활용 효율이 좋은 기업이라는 의미이고, 이 수치가 높은 상황에서 PBR이 낮다면 시장이 기업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미-이란 전쟁 리스크나 유가 변동성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 불안이 심화될 경우 밸류에이션 지표가 아무리 낮아도 시장은 더 내려갈 수 있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대외 충격이 동반되는 하락장에서는 기술적 지표만으로 저점을 판단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금융연구원).

제 경험상 이런 국면에서 가장 위험한 건 공포에 팔고, 반등을 놓친 뒤 다시 추격매수하는 패턴입니다.
이걸 몇 번 반복하고 나면 수익은커녕 원금도 지키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밸류에이션 근거가 나오는 구간에서는 단기 매매보다 분할 접근이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숏 포지션의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 것도 의미 있게 봤습니다.
숏 포지션이란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먼저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더 낮은 가격에 다시 사서 갚는 방식으로, 하락장에서 수익을 노리는 전략입니다. 이 전략을 쓰는 세력이 추가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간이라고 본다면, 그 자체로 하방 압력이 줄어드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역시 "가능성"이지 확정은 아닙니다.

결국 지금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낙관론이나 비관론을 그대로 따르는 게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 현금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를 먼저 점검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구간이 나중에 돌아봤을 때 기회였는지 추가 하락의 시작이었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지만, 최소한 지표상 근거 없이 팔아야 할 자리는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포가 가장 짙을 때 냉정하게 숫자를 보는 훈련, 저도 아직 연습 중입니다.
이 글이 지금 시장을 어떻게 볼지 스스로 판단하는 데 작은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투자의 최종 책임은 언제나 본인에게 있고,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15/0005315084?ntype=RAN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