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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하루 만에 17.91% 오르며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수치만 보면 반가운 소식이지만, 저는 이 뉴스를 보는 순간 오히려 뭔가 불편한 감각이 먼저 왔습니다.
급락도 무섭지만, 이런 급등도 마냥 반갑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을 투자를 오래 해보면서 몸으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갭상승의 이면: 왜 하루 만에 1,000포인트가 뛰었나

이날 코스피는 장 시작과 동시에 5,600선에서 6,600선으로 수직 상승했습니다.
이를 갭상승이라고 하는데, 갭상승이란 전 거래일 종가와 당일 시가 사이에 거래 없이 가격이 뛰어오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주로 장 마감 이후 발생한 대형 이슈가 다음 날 시초가에 한꺼번에 반영될 때 나타납니다.

직접적인 계기는 전날 밤 미국 증시에서 왔습니다.
AI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강제 청산, 즉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 마무리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투자 심리가 빠르게 회복된 것입니다.
여기서 디레버리징이란 과도하게 빌린 돈으로 투자하던 세력이 강제로 포지션을 청산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가 하루 8.19% 급등하며 2025년 4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것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했습니다.

외국인의 매수세는 압도적이었습니다.
장 시작 2분여 만에 1조 6,000억 원을 순매수했고, 하루 전체로는 7조 1,800억 원을 사들이며 역대 순매수 1위를 기록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8조 2,000억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을 보며 '자금의 흐름이 감정보다 앞선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공포에 팔고 상승하면 뒤늦게 따라 사는 실수, 저도 예외가 아니었던 적이 많았으니까요.

상승 폭을 더 키운 건 숏커버링(Short Covering)이었습니다.
숏커버링이란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해 해당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행위입니다.
정부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를 시행하면서 외국인 헤지펀드들이 선제적으로 대규모 공매도를 쳐뒀는데, 규제 시행일을 기점으로 이를 일제히 청산하면서 매수 압력이 폭발적으로 커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데드캣바운스 가능성: 반등이 곧 추세 전환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하루 17% 이상 급등하면 '이제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것'이라고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오히려 이런 극단적인 단기 반등은 데드캣바운스(Dead Cat Bounce)일 가능성을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데드캣바운스란 급락 이후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반등 현상으로, 추세 전환 없이 다시 하락하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심하게 떨어진 고무공도 바닥에 한 번은 튀어 오른다는 비유와 같습니다.

이번 반등이 기술적 반등에 그칠 수 있다는 근거는 몇 가지입니다.

  • 연초 이후 코스피 수익률이 50% 가까이 하락한 상황에서, 이날 반등 폭은 낙폭의 절반을 되돌리는 기술적 수준에 해당합니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이 3~4배까지 하락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 개인 투자자 중 고점에서 매수한 비중이 높아, 지수가 전고점인 8,000~9,000선에 근접하면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서 PER(주가수익비율)이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이익 대비 주가가 얼마나 저평가 또는 고평가됐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PER이 3배라는 것은 현재 이익 수준이 3년만 유지돼도 시가총액만큼의 이익을 벌 수 있다는 뜻으로, 사실상 극단적인 저평가 구간에 해당합니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W자형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면서 지수가 특정 구간 내에서 횡보하는 흐름을 말합니다. 저도 이 시각에 상당 부분 공감합니다.
최근 시장이 기업 실적이나 산업 펀더멘털보다 단기 수급에 지나치게 흔들리는 구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 주가 급락 시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제도)가 연달아 발동될 정도로 폭락했다가, 불과 하루 만에 역대급 상승률을 기록하는 것은 건강한 시장이 보여주는 모습이 아닙니다.

지금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해야 할 것

솔직히 이번 급등장은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따라가기 정말 어려운 장이었습니다.
갭상승으로 시작해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는 상황에서 냉정하게 판단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번 상황을 보며 다시 확인한 것은, 결국 시장을 이기는 건 가장 빨리 매수한 사람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번 반등이 추세 전환인지 기술적 반등인지는 앞으로 6개월간 반도체 업황, 특히 2028년 이후까지 반도체 병목 현상이 이어지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28% 급등해 26만 원선을 회복했고,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는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락할 때는 공포를 부각하고, 반등하면 곧바로 상승장 전망을 내놓는 패턴은 이번에도 반복됐습니다.
제가 투자를 오래 하면서 가장 경계하게 된 것이 바로 이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입니다. 시장 분위기보다 왜 올랐고 왜 내렸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습관이 결국 손실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반등이 진짜 시작인지 아직은 아무도 모릅니다. 지나친 낙관도, 지나친 비관도 모두 판단을 흐립니다.
지금은 포모(FOMO, 놓칠 것 같은 두려움)에 끌려가기보다 기업의 이익 가시성과 수급 흐름을 냉정하게 따져가며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반드시 본인의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366/0001183540?ntype=RAN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