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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산 폴리실리콘 파생제품에 15%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에 서명했습니다.

미국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원료 조달 구조를 들여다보니 얘기가 달라졌습니다.

공급망이 어떻게 짜여 있느냐에 따라 타격이 전혀 다르다는 걸 이번에 다시 확인했습니다.

232조 관세, 왜 지금 나왔나

주식 관련 뉴스를 꾸준히 챙겨보다 보면 미국 관세 정책이 나올 때마다 국내 기업 주가가 출렁이는 걸 자주 보게 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문제'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관련 종목을 하나씩 들여다보면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번 조치의 법적 근거는 무역확장법 232조(Section 232)입니다.

여기서 232조란 특정 품목 수입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의회 동의 없이 관세 부과나 수입 제한을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한 법률 조항입니다.

일반적인 통상 협상이나 의회 절차를 건너뛰고 행정부가 즉각 행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상당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 상무부가 지난해 7월 착수한 폴리실리콘 수입 영향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 포고령을 마련했습니다.

조사 대상은 원료 폴리실리콘뿐 아니라 잉곳(Ingot), 웨이퍼(Wafer), 반도체, 태양광 전지, 태양광 모듈 등 광범위한 파생제품까지 포함됐습니다. 잉곳이란 폴리실리콘을 고온에서 녹여 원통형 결정체로 굳힌 중간재이고, 웨이퍼란 그 잉곳을 얇게 잘라낸 판 형태의 소재로, 반도체와 태양광 셀 제조의 핵심 기초 재료입니다.

관세와 함께 최저수입가격제(Minimum Import Price)도 동시에 적용됩니다.

최저수입가격제란 수입 가격이 정해진 기준 이하로 내려올 수 없도록 하한선을 설정하는 제도로, 중국처럼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원가 이하로 물건을 파는 덤핑(Dumping)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폴리실리콘에는 1kg당 21달러, 잉곳과 웨이퍼에는 1kg당 100달러가 기준으로 설정됐으며, 오는 12월 4일부터 발효됩니다(출처: 미국 무역대표부(USTR)).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중국의 시장 지배력이 있습니다.

미국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 폴리실리콘 생산을 주도했지만, 중국 기업들이 정부 지원을 발판으로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2010년대 말에는 중국이 세계 시장의 압도적 생산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반도체와 태양광이라는 두 핵심 산업의 출발점이 되는 소재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 안보 위협으로 보인 것입니다.

핵심 조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폴리실리콘 파생제품에 15% 관세 부과
  • 폴리실리콘 최저수입가격: 1kg당 21달러
  • 잉곳·웨이퍼 최저수입가격: 1kg당 100달러
  • 발효 시점: 공식 발표 120일 후, 2026년 12월 4일

한화큐셀·OCI, 어디서 어떻게 타격을 받나

일반적으로 미국에 공장이 있으면 미국 관세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한화큐셀이 조지아주에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뉴스를 봤을 때 '미국산이니까 괜찮겠다'고 넘겼는데, 공급망 구조를 들여다보니 전혀 다른 얘기였습니다.

한화큐셀은 미국 공장에서 쓰는 폴리실리콘을 말레이시아에서 조달하고 있습니다.

태양광 셀 역시 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와 현지에서 모듈로 완성합니다. 즉, 최종 생산지는 미국이지만 핵심 원료와 중간재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이번 관세가 파생제품 전반에 적용된다면 이 조달 비용이 고스란히 원가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OCI의 경우도 비슷한 고민이 있습니다.

OCI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며, 텍사스주에 태양광 셀 관련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태양광용보다 순도가 훨씬 높은 고순도 제품으로, 스마트폰 프로세서부터 정밀유도무기, 항공기 제어장치까지 폭넓게 쓰이는 핵심 소재입니다. OCI는 자사 공급망에서 강제노동과 외국우려단체를 배제했다는 점을 근거로 공정무역 기준을 충족하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지난해 8월 미 상무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한화큐셀과 OCI의 미국 투자 현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관세 및 수입 제한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출처: 산업통상자원부). 한화큐셀은 독일과 말레이시아산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에 각각 연간 2만 톤의 무관세 쿼터를 허용해달라는 구체적인 요구도 함께 제시한 바 있습니다.

제가 관련 종목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건, 이런 예외 조항 협상이 실제로 어떻게 결론 나느냐가 기업 실적에 직결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관세율 숫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포고령의 세부 적용 범위와 예외 기준을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공급망 전략이 기업 경쟁력이 되는 시대

이번 조치를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든 건, 미국이 국가안보를 내세운 관세 정책을 반복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기존 관세 조치에 제동을 걸자, 트럼프 행정부는 곧바로 무역확장법 232조라는 다른 법적 근거로 옮겨탔습니다.

여기서 IEEPA란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을 때 무역과 금융 거래를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부여된 권한입니다.

한 법적 근거가 막히면 다른 근거를 활용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어, 이 흐름이 단기적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의 저가 덤핑을 막겠다는 취지 자체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런 일률적인 관세 부과는 중국과 무관하게 성실하게 투자해 온 기업들까지 비용 부담을 떠안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레이시아산 폴리실리콘이 중국산 저가 제품과 같은 선상에 놓이는 건, 기준 설정 자체가 지나치게 넓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앞으로 기업 경쟁력의 핵심은 어느 나라에 공장을 짓느냐가 아니라 공급망(Supply Chain)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될 것입니다. 공급망이란 원료 조달부터 생산, 유통, 최종 판매까지 이어지는 전체 가치 사슬을 의미하며, 어느 한 단계가 외부 충격에 노출되면 전체 수익성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특정 국가나 지역에 집중된 조달 구조를 다변화하지 못한 기업은 이런 정책 변화에 반복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실적 분석뿐 아니라 해당 기업의 공급망 구조와 통상 리스크를 함께 점검하는 시각이 투자자에게도, 기업 자체에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포고령이 12월 발효 전까지 예외 협상에서 어떤 결과를 낳는지, 저도 계속 지켜볼 생각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전문가 상담을 바탕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v.daum.net/v/20260807091749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