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 사고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단순한 안타까움보다 먼저 "또"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2018년, 2019년, 그리고 이번까지. 같은 공장, 비슷한 작업 현장, 반복되는 인명 피해. 이쯤 되면 개인의 실수나 불운으로 넘길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번의 폭발, 같은 공장에서 반복된 참사
2025년 6월 1일 오전, 대전 유성구 외삼동에 위치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지상 1층 56동 세척공실, 면적 544㎡ 규모의 건물이 통째로 전소되었고 근로자 5명이 숨졌습니다.
2명이 부상을 입었는데, 그중 전신화상을 입은 1명은 위중한 상태라고 전해졌습니다.
여기서 세척공실이란 화약 및 추진체 관련 부품의 잔여 화약 성분을 제거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쉽게 말해 폭발성 물질을 직접 다루는 공정이 진행되는 장소인 셈입니다.
소방당국은 오전 11시 17분께 소방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인력 100여 명과 장비 30여 대를 현장에 투입해 약 50분 만에 초진에 성공했습니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2018년 5월에도 같은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현장에서 2명이 숨지고 중화상을 입은 3명이 치료 중 사망했습니다. 이어 2019년 2월에는 추진체 관련 작업시설에서 또 폭발이 일어나 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여기서 추진체란 로켓이나 미사일 등을 움직이는 힘을 만들어내는 연소성 화학물질을 의미합니다.
연소 속도가 극도로 빠르고 외부 충격이나 열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취급 과정에서의 작은 실수도 대형 폭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사고에서 제가 가장 눈여겨본 부분은 사망자 5명 전원이 작업장 내부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폭발이 그만큼 순식간에, 그리고 강력하게 발생했다는 뜻입니다.
"시신의 훼손 상태가 심해 신원 파악이 어렵다"는 소방당국의 브리핑은 이 참사가 얼마나 처참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하여 경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2018년 5월: 대전공장 폭발, 근로자 5명 사망
- 2019년 2월: 추진체 작업시설 폭발, 근로자 3명 사망
- 2025년 6월 1일: 56동 세척공실 폭발, 근로자 5명 사망·2명 부상
같은 사업장에서 7년 사이에 세 차례의 대형 인명 사고가 반복되었다는 사실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습니다.
재발 방지 약속, 이번에는 달라질 수 있을까
사고 직후 한화그룹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애도와 재발 방지 의지를 밝혔습니다.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다시는 이런 참담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기사를 읽으면서 솔직히 복잡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2018년에도, 2019년에도 비슷한 말을 들었을 텐데, 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재발 방지를 약속만으로 충분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실질적인 구조 변화 없이는 달라지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화약류나 추진체처럼 위험성이 높은 화공 공정(化工工程)을 다루는 작업장에서는 안전 매뉴얼의 존재 여부보다 그것이 현장에서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여기서 화공 공정이란 화학 반응 및 폭발성 물질을 다루는 제조 공정 전반을 의미하며, 이런 작업 환경에서는 작업자 1명의 판단 실수조차 대규모 인명 피해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産業安全保健法)에 따르면 사업주는 폭발·화재 위험이 있는 작업장에서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
하지만 법 조문이 존재한다고 해서 현장이 자동으로 안전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이번 사고를 보며 가장 답답했던 지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의무는 있지만 이행 여부를 누가, 어떻게, 얼마나 자주 점검하느냐의 문제가 결국 현장의 생사를 가릅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KOSHA)의 자료에 따르면, 화약류 관련 사업장은 공정안전관리(PSM) 대상으로 지정되어 정기적인 안전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공정안전관리(PSM, Process Safety Management)란 대형 사고 위험이 있는 공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제도로, 위험물질의 목록화, 설비 점검, 비상대응 계획 수립 등을 포함합니다.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면 같은 공장에서 이렇게까지 반복적으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정부와 기업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사고 원인이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지만 경찰과 소방당국은 합동 현장 감식과 관계자 조사를 통해 정확한 폭발 원인을 밝힐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이번만큼은 원인 규명이 면피용 조사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산업재해가 아닙니다.
반복되는 참사가 구조적 문제를 가리키고 있다면,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 "이번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가"뿐만 아니라 "왜 같은 공장에서 계속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입니다.그리고 다시는 이런일이 생기지 않도록 안전점검을 철저히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한번 주변 산업현장의 안전 관리 실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