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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산책이라도 나가볼까 싶어 현관문을 열었다가 그냥 닫은 날이 벌써 며칠째입니다.
밖에서 1분만 있어도 숨이 턱 막히고, 설령 집에 들어와도 새벽 두 시까지 에어컨을 끌 수가 없습니다.
경북 경산 하양읍의 기온이 39.9도까지 치솟고, 전국 209곳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이번 여름은 "그냥 더운 여름"이라는 말로 넘기기엔 너무 습해진 날씨인것 같습니다.

열대야가 이렇게 길었던 적이 있었나요

일반적으로 여름 더위는 낮에 절정을 이루고 해가 지면 어느 정도 식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믿어왔는데, 올여름은 그 공식이 완전히 깨졌습니다.
밤 11시가 넘어도 실내 온도계가 30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날이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상학적으로 이런 현상을 열대야(Tropical Night)라고 합니다. 열대야란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상태가 유지되는 것을 의미하며, 낮에 달궈진 지열과 대기의 열기가 밤 동안 충분히 방산되지 못할 때 발생합니다.
올해는 여기에 더해 기상청이 열대야주의보까지 발효했는데, 열대야주의보란 열대야 현상이 단순히 나타나는 수준을 넘어 건강 피해가 우려될 정도의 고온이 야간에도 이어질 때 내려지는 특보입니다.

제가 경험상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수면의 질 저하입니다. 에어컨을 켜도 자주 깨게 되고, 다음 날 피로가 누적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이런 수면 교란이 며칠 이상 지속되면 면역 기능이 떨어지고 집중력도 저하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열대야를 단순한 불편으로 보는 시각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폭염특보 수치가 말해주는 것

이번 더위의 원인은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동시에 한반도 상공을 겹쳐 덮은 데 있습니다.
여기서 북태평양고기압이란 태평양 북부에서 발달하는 고기압으로, 우리나라 여름철 무더위와 습기를 불러오는 주된 원인입니다.
이 두 고기압이 동시에 우리나라를 누를 때 지상의 열기가 위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축적됩니다.
여기에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고온다습한 공기까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체감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훨씬 높게 느껴집니다.

폭염특보는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로 구분됩니다. 이를 구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폭염주의보: 일 최고 체감온도 33도 이상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
  • 폭염경보: 일 최고 체감온도 35도 이상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
  • 열대야주의보: 야간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유지되며 건강 피해가 우려될 때 발효

현재 전국 235개 육상 기상특보 구역 가운데 약 89%인 209곳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상태입니다(출처: 기상청). 이 수치를 보고 나서 저는 이게 단순한 날씨 뉴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국 10곳 중 9곳 가까이에 공식적인 기상 경보가 내려진 상황이니까요.

체감온도(Apparent Temperature)라는 개념도 여기서 중요합니다.
체감온도란 기온, 습도, 바람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더위의 정도를 수치화한 것입니다.
습도가 높은 날에는 같은 기온이라도 훨씬 더 숨막히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 체감온도 때문인데, 솔직히 이번 주에는 기온보다 습기가 더 힘들었습니다.

야외 근로자와 취약계층, 폭염은 누구에게 더 가혹한가

일반적으로 폭염 피해는 모두가 비슷하게 겪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제 주변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택배기사, 건설 현장 근무자, 농업 종사자처럼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분들은 에어컨이 있는 실내로 피할 선택지 자체가 없습니다.

온열질환(Heat-related Illness)이란 고온 환경에서 체온 조절 기능이 무너져 발생하는 건강 이상을 통칭하는 말로,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온열질환자의 상당수가 야외 작업 중 발생하며,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에서 중증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제가 직접 겪은 건 아니지만, 주변에서 자영업을 하는 분들이 폭염 때문에 낮 시간대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하더군요.

전기요금 부담은 올라가는데 매출은 떨어지는 이중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폭염이 경제적 피해로도 직결된다는 게 실감됐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폭염 특보 발표에 그치지 않고 무더위 쉼터 확대, 냉방비 실질 지원, 야외 작업 가이드라인 강화 같은 구체적인 대책을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번 여름을 보내면서 더 강해졌습니다.

기후변화(Climate Change)의 맥락에서 보면 이 문제는 더 무겁습니다.
기후변화란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 등으로 지구 평균 기온이 장기적으로 변화하는 현상으로, 폭염의 빈도와 강도가 앞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과학계의 중론입니다.

이번 여름을 운 나쁜 한 해로 보기보다, 앞으로 반복될 패턴의 시작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이번 여름을 지나면서 폭염을 대하는 제 태도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좀 더운 날씨'로 여겼다면, 이제는 준비가 필요한 재난에 가깝다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챙기는 게 중요합니다.
외출 전 체감온도를 확인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홀로 계신 어르신이나 만성질환자 주변분들의 안부를 수시로 확인하는 작은 습관이 실제로 사람을 살릴 수 있습니다.
폭염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지만, 개인의 노력 없이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올여름이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666/0000114815?cds=news_media_pc&type=edi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