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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1주 거래로 시가총액 2위 기업의 주가가 30% 가까이 추락할 수 있다면, 우리가 믿고 있는 '가격'이라는 게 과연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걸까요? 저는 이 뉴스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숫자를 두 번 확인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116만8000원에 체결됐다는 사실보다, 그 체결이 단 11주짜리 거래 하나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더 믿기 어려웠습니다.

프리마켓 접속매매, 왜 이런 일이 생기나

이번 사태의 핵심은 넥스트레이드(NXT) 프리마켓의 시초가 결정 방식에 있습니다.

넥스트레이드는 기존 한국거래소와 다른 방식으로 개장 직후 가격을 형성하는데, 바로 접속매매 방식을 씁니다.

접속매매란 매수와 매도 호가가 맞아떨어지는 순간 주문 수량과 무관하게 즉시 체결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단 1주짜리 주문이라도 반대편 호가와 가격이 일치하면 그 즉시 공식 체결 가격으로 인정됩니다.

반면 한국거래소 정규시장은 단일가매매 방식으로 시초가를 결정합니다. 단일가매매란 일정 시간 동안 접수된 주문을 한데 모아,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가격을 찾아내는 방식입니다. 수많은 주문이 쌓인 뒤 합의된 가격을 찾는 방식이라 한두 건의 이상 주문으로 시초가가 크게 왜곡되기 어렵습니다.

프리마켓은 개장 직후 호가 자체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가 시작됩니다. 이 공백이 바로 문제입니다.

저도 장 시작 전 호가창을 자주 보는 편인데, 정규장 개장 전 호가가 얼마나 듬성듬성한지는 경험해보신 분이라면 바로 공감하실 겁니다. 그 상태에서 접속매매로 개장하면 소량의 이상 주문이 하한가 체결로 직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한 달 사이 두 번, 피해는 실제로 발생했다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면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딱 1주 거래 하나로 SK하이닉스가 하한가인 127만2000원에 체결된 일이 이미 있었습니다.

그때 현물 주가는 곧바로 회복됐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해외 파생 거래소에서 운영되는 SK하이닉스 무기한 선물의 기준 가격에 이 하한가가 그대로 반영된 겁니다. 무기한 선물이란 만기가 없는 선물 계약으로,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투자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파생상품입니다. 기준 가격이 갑자기 30% 가까이 내려가면 증거금 부족으로 강제 청산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알리움의 집계에 따르면 당시 약 5740만 달러(약 826억 원) 규모의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고, 900명이 넘는 이용자가 총 약 1740만 달러(약 251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됩니다. 파생상품 설계사인 트레이드엑스와이지가 이번 한 번은 손실을 전액 보전하겠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일회성 조치라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해도 보상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는 뜻입니다.

저는 해외 파생 시장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습니다만, 국내 주식 한 종목의 프리마켓 거래 하나가 해외 파생 포지션 강제 청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구조 자체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국내 시장과 해외 파생이 이런 식으로 연결돼 있다는 걸 많은 분들이 모르셨을 겁니다.

가격 왜곡이 반복됐는데 제도 개선은 왜 한 달 뒤인가

이번 사태에서 제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넥스트레이드가 제도 개선을 발표했는데, 시행일이 다음 달 14일입니다. 실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뒤에도 한 달이 넘는 제도적 공백이 그대로 유지되는 셈입니다.

예정된 개선안은 정적 VI(변동성 완화 장치) 도입입니다. 정적 VI란 전일 종가나 기준 가격에서 10% 이상 벗어나는 주문이 들어올 경우 즉시 체결하지 않고 2분간 단일가매매로 전환하는 안전장치입니다. 이 장치가 미리 있었다면 이번 두 번의 하한가 사태 모두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문제는 이미 피해가 두 차례 반복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임시 조치 없이 정식 도입 일정만 기다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장을 규율하는 기관이라면 이럴 때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장 직후 일정 시간만이라도 단일가매매를 적용하거나, 최소 체결 수량 기준을 두는 방식으로 당장 적용 가능한 임시 안전장치를 먼저 시행했어야 합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프리마켓의 거래 편의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극소량 주문으로 대형주의 공식 가격이 왜곡된다면 거래소로서 기본적인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입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시세 조종 가능성까지 열려있다는 점이 더 문제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주문 실수의 반복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그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잠재돼 있다고 봅니다. 극소량의 국내 주식 거래 하나로 해외 파생상품 시장에서 수백억 원 규모의 강제 청산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미 두 차례에 걸쳐 확인됐습니다. 이 구조를 악용하면 의도적인 시세 조종이 가능해집니다.

이와 관련해 넥스트레이드와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 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짚어봐야 할 대목입니다. 한국거래소는 이상 거래를 감시하는 시장감시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불공정거래 의심 사례를 조사·통보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그러나 현재 프리마켓은 이러한 감시 체계가 정규시장 수준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공개된 정보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시장은 한 번 신뢰가 깨지면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같은 종목에서 같은 방식으로 가격 왜곡이 반복됐을 때 일반 투자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단순한 수익 손실과 차원이 다릅니다. 이번 사태에서 진짜 문제는 가격이 얼마나 떨어졌느냐가 아니라, 그 가격을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됐다는 점입니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프리마켓 접속매매 방식은 소량 거래로 가격 왜곡을 일으킬 구조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 정적 VI 같은 안전장치가 없을 경우, 주문 실수 하나가 해외 파생 시장 강제 청산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사고 발생 후 제도 개선까지 한 달 이상 공백이 유지되는 것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충분하지 않습니다.
  • 악의적 시세 조종 가능성을 차단할 추가적인 감시 체계 강화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대체 거래소를 키우는 것 자체는 시장 경쟁을 높이는 측면에서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경쟁보다 먼저 갖춰야 할 것은 공정한 가격 형성과 투자자 보호입니다. 정적 VI 도입 이후에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프리마켓 전반의 구조적 위험을 점검하고,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투자자라면 당분간 프리마켓 시초가를 그대로 신뢰하기보다는, 정규장 개장 이후 가격이 안정된 뒤 매매 판단을 내리는 것이 현명한 접근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991672?ntype=RANKING